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냉수’처럼 시원하고 명쾌한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기란 그리 쉽지 않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는데 하면서 막상 따라 해보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자가 소수일지도 모른다.

지난 호에서 소개했던 30억 원대 자산가인 정 사장 이야기를 좀 더 할까 한다.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그는 다소 수선을 떠는 목소리로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지난 번에 약속한 곳에서 보자는 말을 하고는 금세 끊어 버렸다.

정 사장은 오늘의 자산가가 되기까지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하는 일이 있다. 가끔씩은 필자도 거기에 동행한다.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궁금할 것이다. 부자가 되는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가 매달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은 다름아니라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는 것이다. 이른 새벽 시장은 생기가 살아 꿈틀거리는 공간이자 사람들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밥을 파는 아줌마, 커피를 파는 노점상, 한 쪽에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는 사람들, 농수산물 경매를 막 끝내고 뒷정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정 사장은 한때 살던 집이 법원에 차압돼 빨간 압류딱지로 도배될 만큼 어려운 때가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세상은 왜 나를 버렸는가’ 하는 마음에 세상을 향해 분노를 토했다.

또 ‘왜 나는 남들처럼 부자 부모가 없어 이렇게도 가난에 시달려야 하는가’ 하며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짜증만 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도록 해준 곳’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농수산물 시장이었다.

시장은 자신의 처지를 탓하고 세상을 향해 반항심만 키워왔던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끔 해준 곳이다. 그는 시장에서 문득 남들보다 1시간은 더 일하며 살자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렸다. 준비가 덜 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곳도 시장이었다.

그러자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막막하기만 하던 시간은 점차 희망으로 채워졌고 은행통장에도 숫자들이 늘어났다. 이런 작은 보상들이 다가오자 그는 비로소 느낀 바가 있었다. 누구보다 일찍 세상을 열어가는 시장 사람들의 지혜를 스스로 체득했다는 점이다.

시장 상인들은 남들이 보기에 힘든 일을 하지만 자신의 일에서 행복을 느끼며 늘 내일을 준비한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방향을 찾는다. 진정한 스승은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부자나 CEO들은 대개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읽는 혜안과 안목을 기른다. 돈을 버는 것도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는 자신의 깊은 내면에 있는 자아와 끊임없이 대화할 때 가능하다. 거기에 부자가 되는 정답이 있다.

정 사장이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활을 규칙적으로 한다. 나태해지려고 하면 반드시 시장을 찾아 자신을 격려한다. 둘째, 생각을 깨끗하게 한다. 그래야 자신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볼 수 있다. 셋째, 마음먹은 일은 꾸준히 실천한다. 그 하나가 부자일지를 쓰는 것이다.

정 사장의 부자관은 “경제학의 기초인 수요공급 이론만 이해하면 부자가 되는 간단한 답이 나온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가지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반대로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하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사려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즉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아파트를 사면 가격이 오르고 사람들이 많이 쓰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면 주가는 오른다.

“많은 사람들은 이처럼 쉬운 방법을 찾는 데도 어려운 길을 돌아온다”는 정 사장의 말은 새삼 일깨우는 바가 크다. 독자 여러분께 권하고 싶은 게 있다. 오늘 당장 가까운 시장에 가족과 함께 가보라. 그리고 거기에서 얼마나 많은 ‘자산’이 스스로에게 있는지를 느껴볼 것을 권유한다.

■ 문승렬은

부자특성연구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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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