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LG전자 비즈니스 블로그 개설… 온라인 마케팅 새 지평공지사항·이벤트 관리차원서 탈피…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 채널 만들어

1인미디어의 총아로 떠오른 블로그(Blog)에 기업들도 관심이 많다. 당연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이들을 대상으로 물건이든 서비스든 팔아야 하는 기업이 눈길을 돌리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다.

허름한 뒷골목보다는 당연히 번화한 큰 길가에 더 관심을 쏟는 것이야 비즈니스의 생리 아닌가. ‘신흥 번화가’로 떠오른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는 그래서 기업들에게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블로그들의 세계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이들을 말 그대로 신흥 번화가로만 바라보는 식이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으니 여기에 간판을 세우고 포스터를 붙이고, 커다란 상점을 새로 여는 식으로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에 골몰해왔다는 얘기다.

블로고스피어는 신흥 번화가이긴 하지만 종전의 번화가와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 사람들이 떼지어 거리를 오가며 상점을 들락날락하는 그런 모습의 번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두 자신만의 좌판을 깔아놓고 옹기종기 모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곳이다. 번화하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도 존재한다.

좌판을 깔아놓은 수많은 사람들은 간판이나 포스터, 새로 연 휘황찬란한 상점에 눈길을 주지않는다. 그저 자기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과 함께 조용히 나눌 뿐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 신흥 번화가에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다가서야 할까.

새로운 점포를 여는 것이 아니라, 기업도 좌판을 하나 깔고 그들 틈에 끼어야 하지 않을까. 블로그 마케팅을 하려면 블로그를 알아야 하고, 직접 블로그를 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비즈니스블로그다.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손님들이 찾아와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블로그를 개설해 그들만의 언어로 블로거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썬마이크로시스템즈, IBM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물론 GM, 보잉 같은 거대 제조업체들도 비즈니스블로그를 열어 블로거들과 소통하고 있다. 일본 역시 기업들이 비즈니스 블로그 운영에 속속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비즈니스 블로그를 개설해 활용하고 있는 정도다. 이 마저도 주로 공지사항이나 이벤트를 관리하는 창구로서의 역할 정도에 머물러 있거나, 담당자가 개인블로그에 회사의 얘기를 올리는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대형 제조업체 두곳이 비즈니스 블로그를 열어 주목된다. 기아자동차와 LG전자다. 국내 대형 제조업체중에 회사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공식 비즈니스 블로그를 개설한 첫 사례로 꼽힐 만 하다.

기아가 빨랐다. 지난 8월 ‘기아버즈’(www.kia-buzz.com)를 열었는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영문 블로그라는 점도 눈에띈다. 기아는 올초부터 새로운 온라인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블로그를 기획, 8월에 문을 열었다.

최근 블로터닷넷(www.bloter.net)이 기아버즈 운영자를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기아는 블로그 필진 그룹과 편집 그룹으로 나눠 기아-버즈를 관리하고 있다.

필진 그룹은 말 그대로 블로그에 올라갈 콘텐츠를 만드는 필자들을 말하는데, 3개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업무와 흥미 위주로 작성하는 일반 필진, 전략적인 이슈를 담당하는 임원진들로 구성된 전략 그룹 그리고 외부에 영향력이 있는 필진들로 이뤄진 객원 그룹이다.

편진그룹은 이들 필진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달에는 어떤 아젠다가 있는지 필진들에 의뢰도 하고 의견을 받기도 한다. 영문 블로그인 만큼, 우리말로 온 원고를 번역하는 작업도 편집그룹이 맡는다. 꽤 공들여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기아버즈는 개설과 함께 순조로운 스타틀을 끊었다. 3년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해온 GM수준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크라이슬러 블로그보다는 방문자수도 많고 트랙백과 댓글도 활발한 편이다. 기아 내부에선 소셜 북마크를 적극 활용하는 등 초기 프로모션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뒤를 이었다. 지난 10월 ‘엑스캔버스 블로그(www.xcanvasblog.com)’를 열었다. 디지털TV 관련 정보와 얘깃거리를 나누는 기업 블로그다. LG전자는 ‘고객들과 재미있는 소통을 원한다’며 기업블로그를 개설해 막 블로고스피어에 발을 디뎠다.

고객과의 눈높이를 강조하는 기업들이라면 이들 두 기업의 블로그를 유심히 지켜봄 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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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