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확률로는 가능성 낮아… 주가 상승한 최근 9년동안 12월 급등은 고작 3번너무 많이 올라 상승여력 축소… 유가·원자재값 폭등도 발목 잡아새 대통령 집권 원년엔 종합주가지수 흐름 좋아 매수세 몰릴 수도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과 알록달록 연말 장식이 늘어나고,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가슴은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다. 소위 ‘산타랠리’에 대한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활황장세를 일컫는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에 특별하게 주가가 오르는 것은 투자자들의 호주머니가 넉넉해지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아 각 기업체에서는 성과급 등 각종 보너스를 집중적으로 지급한다.

투자자들은 이 자금을 원천으로 주식을 사들이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주가가 오르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거기에다 연말을 맞아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하여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매출증가로 이어져 실적이 좋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주가가 오를 또 하나의 이유인 셈이다. 더구나 12월말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연말배당을 받을 수 있으니 12월말 결산법인의 배당을 노리는 배당투자를 위해서라도 12월에는 주식을 사려는 매수세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래저래 연말이면 주가가 오르는, 즉 산타랠리가 나타나는 일이 많았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주가는 1년 사시사철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만 다른 계절에는 주가가 올랐다고 야단법석을 떨면서 이를 특별히 다른 용어를 써서 말하지 않는다.

예컨대 추석을 전후하여 주가가 올랐다고 ‘추석랠리’라는 말로 지칭하지 않으며 3월에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낸다고 하여 이를 ‘스프링랠리’니 혹은 ‘봄맞이 랠리’ 등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유독 연말의 활황장세만을 ‘산타랠리’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역설적으로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여름에 주가가 오르는 것을 일컬어 ‘섬머랠리’라고 일컫는 것과 같다.

여름은 휴가철이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에서 뜸할 때인지라 주가가 오르기 어렵듯, 연말도 마찬가지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연말에 주가가 오르기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의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산타랠리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코스피지수가 277이라는 전무후무한 바닥을 기록한 1998년6월 이후 지금까지 주식시장은 꾸준하게 상승세를 거듭해왔지만 그래도 산타랠리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1998년 이후 모두 9차례의 연말을 지나면서 명실상부하게 12월 산타랠리라고 일컬을만한 것은 98년, 2001년 그리고 2005년의 3차례에 지나지 않는다.

장기추세가 상승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6차례는 12월 들어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거나 혹은 12월초의 주가와 12월말의 주가가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니 이를 랠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다 장기적인 추세가 상승세가 아니었던 기간을 살펴보면 12월에 산타랠리는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다. 예컨대 1994년 이후부터 1997년까지의 하락추세 기간에는 12월에도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평소와 마찬가지로 내내 하락하기만 했다. 인심 좋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이지만 매년 증시를 찾아와 선물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현실은 이처럼 냉혹하지만 그래도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증시에서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은근히 내비친다. 매번 실망하면서도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주식시장이 ‘꿈을 먹고 사는’ 곳이기 때문일 터.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산타랠리가 나타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비관적이다. 무엇보다도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연중 내내 상승세를 나타내었다. 연초 1,400 언저리를 맴돌던 코스피지수는 전인미답의 2,000선을 훌쩍 뛰어넘어 2,080이라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그러기에 굳이 산타랠리가 아니더라도 주가는 오를 만큼 꽤 오른 셈이다. 많이 올랐다는 것 만한 악재가 없다는 증시격언도 있듯이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 더 오를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12월 들어 산타랠리라는 이름을 걸고 새삼스럽게 주가가 더 오를만한 에너지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솔직한 진단이다.

거기에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석유가격이며 원자재 가격 등도 증시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고, 이로 인하여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증시로 보아서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대출의 부실로 인하여 경색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지 주가상승을 기대할만한 이유는 되지 못한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하는 법. 앞날이 안개 속에 파묻혀 있을 때에 주가가 오르기는 어렵다.

국내 경기가 서서히 둔화조짐을 보이는 것도 주가전망을 어둡게 한다. 국내외 경제연구소에 의하면 국내경기는 올해 4ㆍ4분기 혹은 내년 1ㆍ4분기에 정점을 기록하고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은 항상 경기를 앞서 가는 법이다.

경기가 내년에 둔화될 전망이라면 이미 주식시장은 진작에 하락 장세에 접어들었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이런 까닭에 내년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매수세가 12월에 몰리면서 산타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진다.

■ 국내경기 둔화 조짐 악재

다만 무조건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산타랠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꽤 있다. 우선 눈앞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변수이다.

예년의 경험에 따른다면 역대 대통령의 집권 초기 첫해에는 주가가 항상 상승추세를 나타내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88년 이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김대중 정권을 제외하고는 노태우.

김영삼 정부와 참여정부의 경우 정권출범 1년간 주식시장의 주가지수가 대부분 40% 정도 상승하는 등 양호한 지수흐름을 보여 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내년에도 새로운 대통령의 집권 첫해가 되는 만큼 상승세를 기대하는 매수세가 몰릴 경우, 12월에 의외의 산타랠리가 나타날 수도 있겠다,

둘째로, 미국의 금리도 따져보아야 한다. 버냉키 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은 지난 11월30일의 연설에서 “금융불안으로 경제가 중요한 영향을 받은 데 따른 특별한 경계와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금리를 인하할 방침임을 드러내었다.

그러니 오는 12월11일에 열릴 미 연방준비위원회의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버냉키의 연설 내용이 알려지면서 미국 증시가 재차 상승세를 나타내었던 터.

미국이 다시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로 인하여 급속히 경색되고 있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하여 실물경기가 둔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반영되어 있다.

■ 미국 금리인하 폭도 변수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위원회가 12월11일에 달러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의 인하폭이 시장의 예상을 넘어 0.5%포인트까지 확대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만일 금리가 깜짝쇼를 한다면 미국 증시가 다시 살아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산타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결국 산타랠리가 나타날지 어떨지 여부는 우리 증시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증시를 둘러싼 외부 변수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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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