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업가인 주부 서모 씨는 부동산, 금융자산 등을 포함해 30억 원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서 씨가 지난 10월 중순께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펀드 중 일부를 정리하고 싶다며 필자에게 투자자문을 구했다.

일반적으로 부자는 이미 마음 속으로 어떤 결정을 내린 후 그 결정이 맞는 지 여부를 한번 더 따져보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는 경향이 많다. 이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위한 행위다. 서 씨의 당시 선택은 결론적으로 현명했다고 본다. 그 후 주가와 펀드 수익률이 20% 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 씨에게 왜 그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이유를 물었다. 이에 서 씨는 “지금 경제상황은 럭비공”이라는 비유로 답했다. 럭비공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만큼 변동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 씨의 경제를 읽는 안목은 평범한 주부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주부로서 국내 경제 동향을 이해하는 것도 벅찰 법한데 글로벌 경제의 흐름까지 상당 부분 꿰고 있으니 놀라울 정도다.

최근 주식시장은 불확실한 대외변수 탓에 향후 전망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주가도 널뛰기를 수 차례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직접 주식에 투자한 ‘개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다. 간접투자 역시 마찬가지여서 상당한 수익을 냈던 중국펀드뿐 아니라 국내펀드의 환매 여부도 고민거리다.

하지만 서 씨는 이런 혼미한 상황을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원인에 대한 서 씨의 ‘전문가급’ 진단을 들어보자.

첫째는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는 고유가다. 원유는 자동차가 굴러가고 공장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원. 따라서 유가가 80달러 전후로 내려가야만 세계경제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겨울에는 난방 등 원유 수요가 많아져 당분간 고유가는 불가피할 것 같다. 게다가 원유 결제 통화인 달러의 가격하락은 유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둘째,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수입국인 미국의 경제침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증가한 게 원인이다. 이 때문에 부실을 메우려고 해외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서 씨의 금융지식은 미국 통화당국의 금리조절이 시장에 주는 영향에까지 미친다. 그는 미국이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해 기준금리가 4.50%가 된 상태에서 12월중 추가 금리인하가 유력시되고 있다며 달러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달러 가격하락이 소비촉진과 유동성 증가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 증시에는 플러스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1월말 전세계 주가가 동반 상승하기도 했다.

셋째, 중국의 물가상승과 주식시장 조정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고유가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그 동안 폭등세를 보이던 주식시장도 깊은 조정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서 씨는 중국증시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 다만, 투자시기에는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들어 서 씨의 경제를 보는 명쾌하고 정확한 안목에 새삼 놀라고 있다. 전문가 뺨치는 그의 실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서 씨는 매일 30분씩 신문을 탐독하며 주요 경제기사를 스크랩하는 일을 벌써 수 년째 해오고 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평범한 주부인 그녀를 전문가급 투자자로 성장시킨 것은 다름아닌 매일매일의 성실한 경제 공부였던 셈이다.

부자는 결코 단순한 운이나 감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 현상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예측해서 나온 결론에 의해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 배우는 쪽은 오히려 필자다. 독자 여러분도 경제를 읽는 부자의 안목을 길러보자.

■ 문승렬 약력

부자특성연구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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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