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르노삼성·쌍용차 등 사활 건 경쟁

현대 vs 쌍용, 르노삼성 vs 기아, 현대 vs BMW와 벤츠….

2007년을 마감하는 연말 자동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 기아 쌍용 르노삼성 등 국산 자동차 메이커들이 줄줄이 신차를 내놓고 있어서다. 르노삼성이 지난 11월 자사 모델로는 최초의 SUV차량 ‘QM5’를 출시한 것을 필두로 이에 질세라 기아도 SUV ‘모하비’를 서둘러 공개했다. 또 현대는 컨셉트카 ‘제네시스’를 발표했고 쌍용도 고급 승용차 ‘체어맨W’로 맞대응 하고 나섰다.

특히 국산 메이커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번 ‘자동차 대전’은 업체별로 ‘무기’(?)가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각각의 메이커들이 내놓고 있는 차량의 유형이나 타깃 소비자층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

그럼에도 이들 메이커는 이번 연말에 선보이는 신차들의 판매와 마케팅에 사활을 걸다 싶을 정도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치열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르노삼성- 'QM5'SUV·세단 특징 고루 갖춘 고품격 '크로스오버'
현대- '제네시스' 성공한 오너 드라이버 겨냥 최고급 세단 출시
기아- '모하비' '디자인의 마술사' 슈라이어 설계 관심 집중
쌍용- '체어맨W' V8·5,000cc엔진 탑재로 세계명차에 도전

이번 ‘신차 출시’ 행렬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을 향해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11월 중순 자사 모델로는 최초의 중형 SUV인 ‘QM5’를 발표하며 SUV 시장을 본격 노크하고 나섰다.

QM5는 르노삼성과 르노그룹이 공동 디자인하고 닛산의 엔지니어링과 르노삼성의 생산력이 조화돼 탄생한 신차. 르노삼성이 그동안 국내에서 SM5와 SM3, SM7 등 일반 승용차 부문에서는 단단한 입지를 굳혀왔지만 SUV 시장에도 발을 디뎠다는 것은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시장의 반응이다.

특히 르노삼성은 국내 SUV 시장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현대의 ‘산타페’, SUV 차량을 구비하고 있는 기아 브랜드와도 정면 대결하게 됐다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르노삼성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경쟁사의 동급 차량들과 엇비슷한 2,165만~2,990만원대의 가격을 책정한 7가지 모델들을 내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전사 차원의 총력을 투입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계약 첫날 1,306대 기록’이라는 고무적인 시장의 호응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승행사, 스키장 파티, 경품 제공 등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

또 르노삼성은 QM5가 국내에서 ‘진정한 크로스오버’ 차량임을 강조하며 기존 SUV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즉 SUV와 세단의 특장점들을 모두 제공한다는 의미. SUV로서 오프로드 등 거친 환경도 커버할 수 있는 역동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세단이 가진 정숙함과 안락한 주행성능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도시적이고 맵시있는 디자인 또한 QM5가 자랑하는 포인트다. 르노삼성은 내년에는 르노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도 진출하며 연간 10만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포문을 마주보고 있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대응은 ‘강온’ 양면 전략을 취하고 있다. SUV 부문의 강자인 기아는 ‘모하비’로 맞불을 놓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고급 승용차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어서다. 기아차는 지난 11월 디자인의 마술사 피터 슈라이어가 직접 디자인한 고품격 SUV인 모하비를 시장에 내놓았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를 공개하며 새로운 영토 확장에 돌입했다. 지난 4월 뉴욕모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는 신차 개발 당시부터 프로젝트명 ‘BH’로만 알려졌던 차세대 컨셉트카.

현대 차종 중에서 에쿠스가 대부분 기사를 둔 오너가 많은데 비해 제네시스는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최상위 계층 오너 드라이버들을 겨냥한다. 현대차 측도 목표 고객은 ‘고급 문화를 즐기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30대 중반~40대 후반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밝히고 있다.

창세기, 새로운 세기의 시작, 신기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제네시스는 베일에 싸여 있던 외관, 주요 제원, 신기술 등이 공개됨과 함께 독자적인 엠블렘을 채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제네시스 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하면서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담겨 있다.

엠블렘은 블랙 컬러의 오각형 방패 안에 영문 차명을 새기고 좌우로 실버 컬러의 날개 형상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다이나믹한 디자인과 파워풀한 성능을 갖춘 프리미엄 세단으로 힘차게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해 럭셔리 세단의 새로운 기원을 펼쳐가겠다는 포부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는 벌써부터 해외 미디어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잡지 모터트렌드는 지난 5월호에서 ‘제네시스는 현대차를 럭셔리 메이커의 반열에 올릴 놀라운 차’라고 극찬했다.

또 ‘제네시스는 GM, 도요타를 깜짝 놀라게 함은 물론, BMW, 벤츠까지도 이 차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뛰어난 디자인과 상품성도 칭찬했다. 또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도 제네시스를 럭셔리 브랜드의 신흥 주자로 호칭하며 높은 점수를 준 바 있다.

현대차도 럭셔리 소비자층을 의식, 최근 경기 화성의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벤츠 E350과 BMW530i 등 수입차 2종과 비교 시승회까지 가졌다. 두 차량은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국내 경쟁 차량으로 지목한 차종들. 전장과 전폭, 전고, 배기량, 마력, 토크, 변속기, 타이어 규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비슷한 차종들이다.

이런 색다른 시도는 여러 가지 코스를 거치면서 제네시스의 우수한 성능과 주행성을 만천하에 과시하겠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쌍용자동차도 지난 12월 12일 ‘브랜드 비전 발표회’를 가지며 최고급 대형 세단 ‘체어맨W’를 공개했다. 최형탁 사장과 장하이타오 대표이사가 참석한 이날 발표는 최고급 대형 세단 분야에서는 선두 주자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쌍용차의 의지와 세계적인 종합자동차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프로젝트명 ‘W200’에서 태어난 체어맨W는 국내 최초 초대형 V8, 5,000cc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세계 명차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쌍용차는 이를 계기로 제품 개발 투자를 활성화, 제품 라인업을 현재 SUV 위주에서 승용차 및 MPV까지 확대하는 등 2001년까지 33만대 생산체제를 구축,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갈 계획이다.

쌍용차 이교현 홍보상무는 “SUV 강자로 자리매김해 온 쌍용자동차가 전 역량을 기울여 개발한 ‘체어맨W’는 1997년 초대형 세단의 기준을 제시하며 등장한 체어맨의 브랜드 자산을 계승하는 대한민국 대표 럭셔리 세단”이라며 “기존 대형 세단들과는 전혀 다른 신개념 자동차로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을 이끌어 가는 새로운 리딩카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 'QM5' (위), 기아 '모하비' (아래)

■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신차들의 대격돌

올 연말과 연초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새로 쏟아내는 신차들에는 운전자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극대화시켜 주는 신기술이 대거 적용돼 있다.

세계 최고의 럭셔리 모델들과 성능으로 당당히 경쟁에 나서는 제네시스(GENESIS)는 유럽 명차를 뛰어넘는 주행성능 및 승차감 확보를 위해 전후에 고성능 서스펜션인 ▦멀티링크(5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또 차체구조용 접착제 및 고강성 바디구조 설계를 적용해 차량성능 강화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현대차는 밝히고 있다.

베라크루즈에 이어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는 제네시스에는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SCC) ▦어댑티브 헤드램프(AFLS) ▦운전자 통합정보 시스템(DIS) 등 다양한 최첨단 신기술이 장착되어 있다. 국산차로는 최초로 적용되는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차간거리 제어시스템, Smart Cruise Control)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앞에 가는 차량과의 거리 및 상대 속도를 측정, 차량 간의 적정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게 해준다.

어댑티브 헤드램프(가변조정 전조등, AFLS, Adaptive Front Light System)는 헤드램프에 별도의 장착된 전동모터를 통해 차량 속도와 조향핸들의 속도.방향에 따라 헤드램프의 위치를 차량 진행방향으로 제어해준다. 야간주행시 곡선로 등을 주행할 경우 조기에 운전 시계를 확보하여 안전성을 높이는 최첨단 능동형 조명 시스템이다.

운전자 통합정보 시스템(DIS, Driver Information System)은 AV, DVD 등의 멀티미디어와 차량 내 공조 정보 및 차량 운행 정보, 텔레매틱스 등을 멀티미디어 AV모니터에 통합해 표시하는 첨단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BMW와 벤츠 등의 럭셔리 차량에 적용된 기술로, 통합조작키를 이용해 차량 정보검색 및 조작 편의성을 극대화시켰다.

르노삼성의 QM5는 ALL-MODE 4WD 기능이 적용돼 운전자의 습성, 도로 및 날씨 조건에 맞게 다양한 주행모드 (AUTO/ 2WD/ 4WD LOCK)로 전환이 가능하다. 또 가파른 언덕길에서 공회전시 차량이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시스템인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HSA: Hill Start Assist)와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올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저속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시스템인 경사로 저속 주행 장치(HDC: Hill Descent Control)가 채택돼 있다.

국내 최초로 상ㆍ하향등 모드에서 작동되는 바이-제논 헤드램프 (코너링 램프 포함), 스마트 카드 시스템과 도어 매직 핸들 기능이 추가돼 원터치 엔진 START & STOP 버튼 또한 운전자의 안락함과 편의성을 배가시켜 준다. 주차시 자동으로 체결되고 엔진 시동을 건 후 출발시에는 자동으로 해제되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시스템도 마찬가지. 루프 전체에 글래스를 적용하여 개방감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야외 주행시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색다르다.

내년 3월 본격 판매될 체어맨W는 국내 최대 배기량 V8 5,000㏄ 엔진과 국내 최초 MB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실현했다. 또 서스펜션 및 브레이크 시스템, 언더 바디 등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 주행성능, 정숙성, 승차감을 대폭 향상시켰다. 쌍용차는 주요 경쟁 차종이 MB S500, BMW 750, Audi A8 4.2로 초대형 승용차 고객층이 선호하는 최고의 사양과 성능, 특히 월드 클래스 수준의 감성품질로 기존 수입 대형차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