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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의 경제 전망대] '금리의 반란'이 수상쩍다
낮은 경제 성장 전망치와 상반되게 급등세
물가 상승폭보다 훨씬 많이 올라 이상기류
하루 만에 급등·폭락 널뛰기하기도… 자금시장 돈 부족이 가장 큰 원인



최근 자금시장의 돈 부족으로 시중금리가 급등하는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사진은 시중은행의 금리를 나타내는 플랭카드.



최근 시중의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할 때, 금리가 상승하려면 의당 물가가 오르거나 혹은 잠재성장률이 높아져야 한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중국 발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물가로만 본다면 금리가 오를만한 이유는 있다. 하지만 현재 금리가 물가 상승폭보다도 훨씬 더 크게 오르고 있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물가는 또 그렇다 치더라도,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올해보다는 낮아질 전망이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금리의 급등양상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12월 중순에 발표한 ‘2008년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연간 4.7%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내년 경제성장률이 2007년의 예상 성장률인 4.8% 보다 높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내놓은 내년도 경제전망에는 입장이 다소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금융시장의 전문가들이나 국내외 경제 연구소에서는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대체로 5% 언저리로 보고 있는 터.

한국은행의 내년도 경제전망은 시장의 중론보다도 더 낮은데, 이는 무엇보다도 바뀌고 있는 세계 경제 환경과 관련이 크다. 유가 불안과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하여 국제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위험이 높다. 우리나라도 그 흐름에서 비켜갈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가는 유가 등으로 인하여 상승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은 올해보다 다소 둔화되는 만큼 성장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오히려 금리는 내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 금리는 크게 오르고 있다. 사실 최근 자금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리 상승세는 좀 과장하여 ‘대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지표금리로 사용되는 국고채 금리가 하루 만에 무려 0.24%포인트나 급등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고, 회사채의 경우에도 하루에 0.23%포인트나 크게 치솟았다. 이처럼 금리가 폭등한 바로 그 다음날 금리가 0.26%포인트나 폭락하기도 하였는데, 그러고도 또다시 다음날에는 즉각 반등하는 등 도무지 불안한 상태이다.

금리가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한 것은 IMF 금융위기 이후 거의 처음 있는 일. IMF 금융위기 직후에는 금리 수준이 두 자리 숫자에 이를 정도로 워낙 높았으므로 하루에 금리가 0.25% 포인트 정도 오르내리는 것도 가능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의 수준이 근본적으로 낮으므로 하루에 0.23% 포인트 폭등하였다가 바로 그 다음날 0.26% 포인트 폭락하고, 다음날 고스란히 반등하는 일 등은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또 어찌 될까?

금리가 이처럼 불안정한 상태에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역시 가장 큰 요인은 원화든 외화이든 자금시장에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금의 경우,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안정적인 자금의 공급원으로 작용하던 예금이 이탈하면서 자금이 부족하게 되었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차이나 펀드며 인도 펀드 등 해외 펀드가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하자 투자자들로서는 5% 언저리의 은행 정기예금에 만족할 수가 없었던 터.

그러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은행예금이 상당부분 이탈해버렸고, 그 결과 은행으로서는 자금이 모자라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물론 예금이 줄어든 부분만큼 대출을 회수하였다면 요즘 같은 심각한 자금난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의 입장으로서는 서로서로 덩치 불리기 싸움, 즉 은행 간 자산 확대 경쟁이 치열한 마당에 한가하게(?) 대출을 줄일 수는 없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기예금, 보통예금 등을 통 털어 은행의 수신규모는 11월까지 55조3천억 원 늘어났지만, 이에 비하여 가계 및 기업으로 나간 은행의 대출은 96조원이나 확대되었다.

또한 보통예금 등 수시로 입출금을 할 수 있는 예금의 잔액은 실제로 올해 들어 12조2천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반면에 주식형 펀드의 잔액은 60조1천억 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은행 예금이 상당부분 빠져나가 펀드 등 주식시장으로 몰려갔지만, 은행은 수신규모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가계 및 기업 대출에 쏟아 부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통계로 드러난다.

은행들은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려고 앞 다투어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고, CD 발행을 늘렸다. 이는 시중금리의 급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아울러 달러 등 외화의 부족 현상도 국내금리의 상승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나타내다보니 조선업체를 비롯한 국내 수출업체들이 미래에 수출대금으로 받을 달러를 미리 내다파는 선물환 거래가 성행하였는데 여기에서 차익거래의 기회가 있었다. 이론적으로 말한다면 선물환율은 달러화와 원화의 금리차가 반영되어서 결정된다.

하지만 선물환으로 달러를 매도하려는 수요가 너무 많아지면서 선물환율이 이론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론가격보다 낮은 선물환율로도 달러를 매도하려는 업체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은행은 이처럼 공급이 쏟아지는 싼 달러를 선물환으로 매수하고, 이를 현물환에서 매도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경우, 현물환과 선물환 거래의 시차에서 발생하는 자금흐름의 괴리가 발생하는데, 은행들은 해외에서 달러를 빌리고, 그 달러를 팔아서 생긴 원화로 국고채에 투자하는 것으로 수익을 또 얻을 수 있었다. 은행의 입장에서 본다면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다가 현물시장에서 팔아 원화를 만들고, 이 원화자금을 국고채에 투자하는 거래가 이루어진 셈.

이러한 거래가 가능하려면, 달러의 차입이 원활하여야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국제 금융시장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하여 경색조짐을 보이면서 자금줄이 막혀버렸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달러를 빌려다 원화로 바꾸어 이를 국고채에 투자하려는 국내외 금융기관의 차익거래 수요가 너무 많아서 국고채 장기금리가 오히려 단기금리보다 낮아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었다. 달러 자금줄이 막히자 그동안 차익거래를 위하여 보유하고 있던 국고채 등 국내 채권을 너도 나도 매도하려고 나섰으며, 그 결과 채권금리가 급등해버린 것이다.

또한 금리가 급등하고 채권가격이 하락하자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추가손실을 막기 위한 손절매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가 더 크게 요동하였다. 그게 하루에 0.23%포인트나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런 금융시장에서의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의 실세금리 상승은 경기와 물가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을 밝히며 금리를 내리거나 채권가격을 안정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은행들이 차익거래에 주력하다가 돈줄이 막혀 자초한 현상이니 만큼 한국은행이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다 이 총재는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 쏠림 현상이 조정되고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였다. 비단 한국은행 총재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금리의 상승세가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당분간 금리는 더 오를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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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2/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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