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강사들, 수강생 빼돌려 다른 학원 차렸을 때 큰 위기인재 확보에 총력… 15년 만에 강남서 초대형학원 발돋움

아이를 잘 교육시키기 위한 3가지 조건을 들어봤는가? 일단 아이의 머리가 좋아야 하고, 부모의 정보력이 뛰어나야 하고, 할아버지가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웃자고 한 얘기지만 그냥 웃을 수만도 없다. 그만큼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세계적이다. 우리가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살게 된 데도 교육이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공교육의 현실은 참담하다. 현재의 공교육에 만족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는 좋은 교육을 찾아 헤매는 한국 학생들로 넘쳐 난다.

그럼에도 무너진 공교육을 이나마 버티게 하는 것은 사교육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교육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육은 환경, 의료 분야와 함께 21세기 한국을 이끌 유망 산업이다. 대교, 웅진, 메가스터디는 이미 교육을 통해 ‘중원의 고수’로 등극했다.

이번 호에 소개할 최선어학원은 오래 전부터 서울 강남에서는 영어에 관한 한 지존의 소리를 듣고 있는 곳이다. 1993년 방 한 칸짜리 작은 학원에서 출발해 15년 만에 200명이 넘는 강사와 2만 명 가까운 학생을 확보한 대형학원으로 발돋움했다.

강남 대치동이란 곳은 학원이 많기도 하지만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생기는 학원만큼이나 많은 학원이 조용히 사라진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최선어학원이 15년 이상 성장해왔다는 것은 무언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것이 궁금했다.

이 학원 송오현(43) 원장은 자칭 행복전도사이다. 첫 인상도 매우 밝고 유쾌하다. 유머와 독서경영을 화두로 생각하는 그는 ‘유머학회’ 부회장 직도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학원이 전체적으로 밝다. 직원 대부분이 웃고 있고, 선생이나 학생이나 모두 밝다는 인상을 받았다.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가 처음부터 학원 원장을 비전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대학(고려대)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우연히 학원을 하는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영어 선생을 했는데, 그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어가 좋았고, 영어로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 좋았다. 학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그래서 학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학원 이름 ‘최선’처럼 그는 늘 최선을 다한다. 그는 최고의 영어 선생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밤 12시까지 학생들을 가르친 후 고수를 찾아 노량진 일대의 유명한 학원 수업을 모조리 들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그의 방은 여러 종류의 책으로 도배되어 있다. 학원 경영을 위해 경영학 석사 과정도 듣고 있다.

필자와 만난 날 그는 “오랜 만에 4시간 잠을 자니 컨디션이 좋다”고 얘기를 했다. 그렇다면 평소에 몇 시간을 잔다는 말인가? 그런 것을 보면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만일 누가 시켜서 그렇게 일을 하면 얼마나 삶이 고달플까?

그는 인재 채용의 귀재이다. 경영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채용이다. 경영이란 올바른 인재를 뽑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경영에서 채용이 가장 중요하다. 채용하는 데 30분밖에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고치는 데 3,000시간을 쓸 것이다.”

송 원장도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학원은 사람 장사다. 좋은 선생이 가장 좋은 자산이다. 지금도 좋은 강사를 채용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말이다. “처음 느낌이 참 중요합니다. 보는 순간 ‘이 사람’이라는 느낌이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느낌이 오지 않으면 여러 차례 상황을 바꿔가면서 면담을 합니다. 영어 실력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학생을 고객으로 대하고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도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제대로 보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송 원장에게도 큰 위기는 있었다. 학원 설립 7년째 되던 해의 일이다. 가장 믿었던 핵심 강사 몇 명이 모여 갑자기 학원을 만들어 나갔다. 더욱이 학생들까지 쏙 빼내서 데리고 나간 것이다. 그는 이때 학원을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했다. 원래 정이 많은 그는 강사들을 가족처럼 믿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등을 돌리자 배신감 때문에 일을 하기 싫었던 것이다.

이 일은 그를 오랫동안 괴롭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일이 오히려 좋은 약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원래 세상은 그런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더욱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장 잘 나가는 지금을 그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그의 설명이다. “큰 흐름을 놓치는 것이 가장 큰 위기입니다. 큰 흐름을 놓치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성과도 나지 않고 인재도 떠납니다. 큰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놓치더라도 재빨리 이를 깨닫고 흐름에 따르는 것이 위기관리입니다.”

송 원장은 고객중시가 몸에 밴 사람이다. 고객이 전부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인간은 상대를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소위‘갑’의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몸에 힘이 들어가고 권위주의가 배어 있다. 늘 자기 앞에서 굽신거리는 사람만을 보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 선생님 출신은 가능한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 교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학생을 고객으로 보는 대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은 반드시 학생을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 교사에게는 시험과 평가라는 강력한 제재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원 강사는 자신이 매달 평가를 받는다. 조금이라도 학생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달 운명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그러니 모든 면에서 갈고 닦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전문성은 기본이고 인간성, 친화력, 소통능력 등 모든 면이 뛰어나야 한다.

이 학원은 독특한 문화를 가진 곳이다. 인터뷰 전에 전체회의 장면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회의라기보다는 파티에 가까웠다. 송 원장이 사회를 보며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대부분 강사들이 웃음보를 터뜨리고 난리가 났다. 이는 평소 강사들을 존중하고 의사소통에 관심을 기울이는 송 원장의 경영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송 원장의 핵심역량은 ‘공감능력’이다. 자신이 스타가 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스타가 된 듯한 기분을 갖게 해준다. 그래서 늘 사람 얘기를 경청하고 질문을 한다. 칭찬을 자주 하며 강점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신의 기분이 나쁠 때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피한다. 괜히 전체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느 업(業)이 됐건 고수들은 나름대로 공통점이 있다. 대치동 같이 까다로운 곳에서 15년 이상 살아 남았다는 것은 뭔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 애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 단순히 영어뿐 아니라 사람을 만들어주는 곳이 최선어학원이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 한근태 약력

한스컨설팅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환경재단 운영위원

환경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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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