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06년 가계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순자산 순위 1% 안에 들어가기 위한 가구별 최저 순자산액은 23억200만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준으로 순자산 상위 5% 이내의 가구별 최저 순자산액은 9억4,846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통계로 보면 우리 사회에서 5% 안에 드는 부자가 되려면 최소 순자산이 10억 원은 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생각해보자. 10억 원이란 돈이 그리 쉽게 벌 수 있는 돈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부자의 기준’을 접하면 ‘나는 부자가 되기 어렵겠구나’ 하는 허탈감이 먼저 들 것이다.

그러나 실망부터 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시간을 두고 착실히 정석투자를 한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조그마한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황모 사장의 이야기는 좋은 사례다.

황 사장은 25년 동안 봉급쟁이 생활을 했다. 그런 그가 부자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은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다. 그의 투자 원칙은 바로 ‘장기투자’다. 그는 공사에 근무할 때인 2003년 초 퇴직금 중간 정산으로 받은 약 2억 원을 펀드에 분산투자했다. 당시 동료 직원들은 중간 정산금으로 차를 바꾸거나 예금 또는 직접 주식투자를 했다.

하지만 황 사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주식투자를 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직접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투자 상담을 하러 거래은행 담당자를 찾았는데 당시 막 떠오르던 주식형 펀드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그는 평생 모은 퇴직금을 투자하기에 앞서 며칠밤을 고민으로 지새웠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에서 세계적인 주식거부 워런 버핏의 투자법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됐다. 일종의 영감을 받은 그는 서점으로 달려가 워런 버핏에 대한 책을 사서 몇 번이고 탐독했다. 대박도 아닌 연 평균 22% 수익률로 오늘날 세계 2위의 부자가 됐다는 워런 버핏의 스토리는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워런 버핏의 투자원칙의 핵심은 ‘손실을 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승자의 게임’에 충실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이후 워런 버핏 투자법에 매혹된 황 사장은 그 중에서도 장기투자의 신봉자가 됐다. 그 무렵 투자한 자금은 현재 6억 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몇 년 만에 최초 투자금이 3배로 늘어난 것이다.

사실 지금은 즐겁게 회상하지만 지난 4년간 주식시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그를 시험에 들게 했다. 일반적으로 투자금에 손실이 발생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여 판단력이 흐려진다. 본인 생각과는 달리 손실을 보면서 환매하는 사례가 많다. 황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을 다독거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책을 읽는 일이었다.

투자 관련 서적은 그 스스로 신념과 평정심을 갖도록 이끌어줬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투자를 하면서 수익률도 높아졌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퇴직금으로 투자를 시작한 동료들의 성적표는 형편없었다. 어떤 친구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퇴직금을 몽땅 날리고 대출까지 받은 경우도 있다.

그가 높은 수익률을 얻은 것은 주식시장의 호황기와 맞물린 운도 일부 작용했다. 그래서 황 사장에게 “주가가 낮을 때 사서 높은 수익을 냈는데 앞으로도 그런 성과가 가능할까요”라고 물어봤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물론”이라고 답했다. 앞으로도 3~5년 정도는 경제 여건으로 봐서 충분한 상승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물론 그의 견해에 공감한다.

황 사장은 2003년에 투자를 시작해 4년이 지났다. 그리고 앞으로도 최대 5년을 내다보고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장기투자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지금 당장 투자체질을 ‘느긋하게’ 바꾼다면 돈이 따라올 것이다. 투자의 즐거움은 그때 비로소 느낄 수 있다.

■ 문승렬 약력

부자특성연구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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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