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는 1월 1,360포인트에서 출발해 11월에 2,085포인트를 찍고 12월 마지막 개장일 1,897포인트로 대미를 장식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1년 내내 숨죽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해 큰 재미를 볼 수 없었으나 예외도 있는 것 같다. 아파트 2채에 작은 빌딩 1채, 상가 1채를 소유한 50억 원대 자산가 한모 사장이 그런 경우다.
한 사장은 재산을 불리려는 일념으로 최근까지도 수십 차례나 이사를 해왔다. 처음에는 셋방에서 전세로, 이어 전세에서 적은 평수의 아파트로, 다음에는 더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런 식으로 그는 20년 동안 근 서른 번 정도 이사를 했다.
한 사장은 1980년대 초반 서울 잠실의 15평형대 소형 아파트에 처음 입주했다. 그 때 아파트 분양가는 3,000만~4,000만 원대로 당시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돈 1,000만 원 가량에다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3,000만 원을 보태 집을 장만했다.
그 시절만 해도 서울에서는 강남보다 종로, 성북, 명동 근처 등 강북지역이 오히려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혔다. 또 가가호호마다 연탄불을 때는 게 일반적이었던 때라 연탄가스로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따금씩 전해지기도 했다.
한 사장은 당시 강남에 있던 근무지가 마포로 옮겨가자 근처 망우동으로 이사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넘치는 동네였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었다. 덕분에 평수를 30평형대로 늘릴 수 있었다.
그 후에는 또 목동과 등촌동 근처 4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에 다시 강남으로 돌아왔는데, 전에 살던 15평형대 아파트가 지금은 재건축돼 10억 원대에 달하는 자산으로 불어났다.
한 사장은 그 동안 이사를 다니며 겪은 고단함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 사실 가진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오래 한 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산을 불려올 수 있었다.
잦은 이사를 통해 자산증식에 성공한 한 사장의 성공 스토리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종종 자문을 구한다. 현 시점에서 어디로 이사를 가는 게 좋을지, 또 이사를 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등등. 그럴 때마다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주는 한 사장은 이제 지인들 사이에서 ‘부동산 박사’로 통한다.
아울러 한 사장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를 이룬 데는 아내와 자녀들의 협조 또한 큰 힘이 됐다. 수시로 짐을 꾸리고 낯선 곳을 전전해야 하는 생활에도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따라와줬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려면 가족의 합심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최근 신문에서 ‘날 보러 와요’로 유명한 왕년의 인기가수 방미 씨가 연예계를 떠나 있는 동안 부동산으로 200억 원을 벌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방 씨도 자신의 성공요인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자주 이사했던 것을 꼽았다. 실수요와 투자를 한꺼번에 도모하기에는 아파트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 판단이 그녀를 200억 원대 부자로 만든 것이다.
주변환경이 좋고 역세권에 위치한 아파트는 가격이 비싸다. 반면 환경이 다소 불편하고 역세권 개발이 돼 있지 않은 아파트는 가격이 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를 내다본다면 분명 돈이 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를 한다면 이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문승렬 약력
부자특성연구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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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