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필요 금액을 설정하라2. 준비 자금을 파악하라3. 목표 수익률을 정하라4. 정기적 투자 모니터링

무자(戊子)년 쥐의 해가 밝았다. 60간지 중 25번째라고 하니 예전 같으면 평생 동안 한 번 정도 기억될 법했으나 평균수명과 기대여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30대의 경우 잘하면 한 번 정도 더 무자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생명표 작성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남자의 경우는 75.74세, 여자의 경우는 82.36세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0.60년, 0.48년이 늘었다고 한다. 30개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남자는 거의 평균치이며 여자는 1년 정도 더 길었다.

아울러 기대수명 연장속도는 30개 국가 중 2위에 올랐는데 여기에 심각성이 있다. 기대수명은 단적으로 현 시점에서 평가해 고정되는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표1 참조)

예를 들면 현 시점에서 30세 남자의 기대여명이 46년이라고 할 때 76세가 기대수명이 될 것이나, 40대가 되는 10년 후에는 기대여명이 36년(46-10)을 넘게 된다. 결국 연장의 가속도로 인해 기대수명은 기하급수적으로 길어진다는 것이다.

비교적 장황한 설명을 한 이유는 아직도 우리 국민의 노후에 대한 대비가 무척 취약하고 막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비 등의 과다지출로 인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은퇴 이후의 삶이나 노후에 대한 설계를 아직도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안이함 탓도 매우 크다.

올해부터라도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은퇴설계를 해보자.

여기서 ‘은퇴’라 함은 모든 사회생활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생활을 위한 소득활동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것으로 생각하면 무방할 것이다.(은퇴가 주는 부정적 어감으로 인해 아직도 노후설계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나 엄격한 의미에서는 ‘은퇴설계’가 더 적합한 표현이다)

<그림1>은 실제 분석 결과로서 생애 현금흐름(Cash-Flow) 곡선이다. 은퇴 시점을 전후로 그래프는 가파른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으며, 결국은 마이너스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주범은 은퇴시점과 대체로 맞물려 있는 자녀 결혼이다.

물론 ‘없으면 안 쓴다’라고 한다면 기울기는 훨씬 더 완만해질 수 있을 것이고, 마이너스 상태를 계속 심화시키는 바보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형편이 되는 대로’라는 변명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카드가 아니겠는가.

은퇴설계의 주목적은 이 곡선의 하방경직성을 완화하거나 기본적 생활비 형성을 통해 마이너스 재정상태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를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 것일까?

은퇴설계는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은퇴 이후 ‘연(年) 지출 희망금액’의 설정이다. <표2>는 이에 대한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은퇴시점에서 필요한 자금을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40세가 60세부터 은퇴생활을 개시하며 85세가 기대수명이라고 볼 때, 연간 2,400만 원의 자금을 희망한다면 <표3>과 같은 계산이 도출된다.

그 다음 단계는 은퇴시점에 준비 가능한 자산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공적연금과 퇴직금, 연금성 보험, 그리고 주택처분자금(은퇴시점에는 주택규모를 축소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 일부 등이 포함될 것이다. 여기까지 하면 은퇴설계를 위한 기초작업이 모두 끝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필요자금과 준비자금 간의 부족분이 산출되고 나면 이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수립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는 투자가능 재원을 파악하고 금액에 따른 목표 수익률을 정하게 된다.

만약 목표 수익률이 비현실적이라면 처음으로 돌아가 희망은퇴자금을 조정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인데 이 과정은 연속적이며 가장 중요하다. 은퇴 플랜은 대부분 장기적이어서 각종 재무적, 비(非)재무적(일신상의 변화, 부양가족의 변화 등)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족자금의 산출 단계부터 구체적인 실행방안, 그리고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다.

2008년 새해가 밝았다. 쥐는 12지 동물 중에서도 가장 영리하고 현명하며, 닥쳐올 위험에 대한 예지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퇴설계는 일찍 시작할수록, 그리고 길게 실행할수록 경제적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고 그 효과도 누진적으로 커진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은퇴와 노후 대비를 위해 현명하고 영리한 준비를 시작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 장우 약력

법인대상 재테크 및 재무설계 강의/세미나

기업컨설팅전문업체 ㈜엑스퍼트 강사

FPSB지정교육기관 위드 FP 교수

케이리치 자산운용연구소 책임연구원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우 CFP (국제공인재무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