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에 숨은 과학

영화 <꿀벌 대소동>은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될 때 나오는 드림웍스 로고와 같은 느낌을 준다.

드림웍스 로고는 초승달에 기대어 우주에 낚시하는 파란 소년이 풍선을 타고 오르면서 벌을 쫓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내용이다. 극장에서 관객들이 볼거리를 기대하지 않는 시간에 나오는 것이어서 그런지 웃는 분들이 꽤나 많다. <꿀벌 대소동>은 이처럼 별 내용 없이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항상 말썽을 부리기로 유명한 우리의 주인공 꿀벌 배리!

어느덧 꿀벌중학교 3일, 꿀벌고등학교 3일을 마치고 꿀벌나라 유일의 거대기업 호닉스(Honix)에 자동으로 입사되는 (당연한) 특전을 누린다. 배리는 그의 친구 아담과 함께 들떠 호닉스에 찾아가지만 한 가지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에 직업을 결정하기에 앞서서 깊은 고민에 휩싸인다.

부모를 비롯한 주변 꿀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러한 꿀벌사회의 당연한 제도에 적응하여 살아왔기 때문인지 배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고민은 무려 일주일간이나 계속되고, 결국 멋지다는 이유로 꿀과 꽃가루를 찾아 벌통 밖으로 나서야 하는 꽃가루 특공대에서 비행할 기회를 우연히 얻게 된다.

그리고는 벌통 밖에서 천신만고의 여행을 하다가 양봉업자에게 고통 받는 꿀벌들의 현실을 깨닫고 꿀벌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회운동가가 되기로 결정한다.이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배리가 깨달음을 얻게 되고, 행복해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 벌들은 이론적으로 날 수 없을까?

영화는 꿀벌이 이론적으로 날개가 너무 작아서 날 수 없는데도 실제로는 잘 날아다니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중에 가장 잘 나는 능력을 가진 것은 잠자리다.

잠자리는 자신의 몸무게의 10배 이상 무거운 물체를 들고도 날 수 있을 만큼 비행능력이 뛰어난데, 유일한 단점은 회전을 하는 동안 앞날개와 뒷날개가 겹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자리의 날개가 너무 길기 때문이다.

다른 곤충들을 살펴보자. 풍뎅이과의 동물들은 몸을 천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 첫 번째 날개를 딱딱한 등껍질로 진화시켰다. 약하게 생긴 두 번째 날개는 딱딱한 등껍질 밑에 숨겨뒀다가 비행이 필요할 때만 밖으로 꺼내어 사용한다. 첫 번째 날개는 공기역학적으로 비행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냥 두 번째 날개가 운동하는데 걸리지 않도록 위로 붕 들어 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첫 번째 날개가 비행에 전혀 도움을 안 주는 것은 아니다. 둥근 첫 번째 날개는 날아가는 동안 기류를 형성시켜주고 안정성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파리와 같은 동물은 아예 한 쌍의 날개를 퇴화시키고 한 쌍의 날개만을 이용해서 비행한다. 나머지 한 쌍은 평행곤이라고 하여 첫 번째 날개의 바로 뒤에 소고처럼 생긴 모습으로 붙어 있다.

이 퇴화되고 있는 흔적기관은 비행도중 기류를 감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파리는 이 한 쌍의 날개를 퇴화시켜 버림으로써 물리적 공격에는 취약해졌지만 그만큼 비행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서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육지에서 파리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꿀벌은 두 쌍의 날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날개는 매우 작아져서 첫 번째 날개의 밑에 숨어있다. 매미의 날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매미의 겉날개는 큰 편이고, 속날개는 주황색을 띄는데 매우 작다. 이 날개들은 몸보다 훨씬 작아서 정말로 이 정도의 날개로 비행할 수 있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벌들이 쉽게 날 수 있는 이유는 꿀벌이 매우 작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잠시 <걸리버 여행기>의 예를 생각해보자.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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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성 may@minicact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