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숨은 과학

걸리버가 소인국에 갔을 때 걸리버는 소인보다 키가 12배 컸다. 물론 큰 것은 키뿐만이 아니어서 몸무게는 키의 123배인 1,728배나 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인국의 왕은 걸리버에게 1,728인분의 먹을거리를 준비해 줬다. 그러나 걸리버와 소인들을 열역학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섭취하는 에너지는 사실 대부분 우리의 체온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부를 통해서 주변의 공기나 물 등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육 등을 움직여 일을 하는 양도 차이가 나지만, 사실 힘든 일을 계속하는 것은 아니므로 에너지의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피부를 통해서 주변으로 방출되는 에너지는 보통 피부의 면적에 비례하는데, 일반적인 입체도형의 겉면적의 넓이는 크기의 제곱에 비례하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몸무게는 세제곱에 비례한다.

크기는 1차원, 넓이는 2차원, 부피는 3차원의 차원(dimension)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하학적 현상이다.

그래서 크기가 일정수준을 벗어나면 사실상 생물학적으로 몸을 유지할 방법이 없게 된다. 생물학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먹이의 양과 에너지의 신진대사 속도를 고려하면 항온동물은 쥐에서 코끼리 사이의 크기만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바다에서는 고래가 코끼리보다 훨씬 큰 크기를 유지하는데, 이는 바다에는 물의 부력이 강해 몸을 더 잘 지탱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걸리버가 소인들에게 얻어먹은 1,728인분의 식사는 매우 과한 것이었을 것이다. 걸리버가 먹어야 하는 식사량에 비하면 소인들의 식사량은 상당히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먹는 음식물의 양은 분명 많은 양이겠지만, 쥐가 먹는 음식물의 양과 비교하면 몸의 크기에 비해 적은 양이기 때문이다.

벌과 새를 비교할 때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비행 방식과 효율을 무시한다면 날개의 크기와 부양 능력은 비례할 것이다. 걸리버와 소인의 비교에서 살펴봤듯이 날개의 넓이는 날개의 길이의 제곱에 비례한다.

반면 몸무게와 몸의 길이는 세제곱에 비례할 것이므로 날개의 길이와 몸의 크기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작은 동물일수록 비행하기 위해 필요한 날개의 길이는 상대적으로 더 작다. 더군다나 날개의 길이가 짧아지면 날개의 회전관성이 작아지므로 날개를 흔드는 것이 더 쉬워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곤충들은 비행을 할 때 날개를 매우 빠르게 흔들어도 힘들어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조류에서도 나타나는데, 새 중에 가장 작은 새인 벌새가 가장 빠른 날갯짓 속도(종에 따라서 1초에 대략 30~80번)를 갖고 있다는 것이 우연히 그렇게 진화한 것은 아니다.(다음편에 계속)

■ 꿀벌과 개미는 같은 조상에서 진화

꿀벌은 단체생활을 하는 흔치 않은 동물에 속한다. 단체생활을 하는 동물을 많지 않아 우리 주변에서 꿀벌, 말벌, 개미 정도밖에 모를 것이다. 그 이외의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동물들은 단체생활을 하는 동물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단체생활을 하는 동물이 대체적으로 생활능력이 뛰어난 동물임을 뜻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꿀벌, 말벌, 개미는 모두 한 조상에서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체생활을 하도록 진화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말해준다. 생물이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데 20억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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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성 may@minicact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