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요인 많은 주식시장서 손실 가능성 줄여… 세금·환매 수수료는 불리

CJ투자증권의 한 직원이 현대차와 SK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F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이로드롭’이라는 놀이기구가 있다. 곧바로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수직 낙하하는 기구인데 청소년과 여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낙하할 때의 그 짜릿함을 만끽하기 위해 매표 창구 앞에 길게 늘어서 대기하는 시간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스릴이 아무리 좋아도 놀이기구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이용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른바 ‘안전한 위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즉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인 경우라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2003년부터 위로, 위로만 올라가던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그것도 3개월 동안 무려 20%가 넘게 말이다. 자이로드롭은 일정한 높이가 정해져 있는 데다 정점에 가면 미리 마음을 가다듬을 준비시간을 준 다음 낙하를 시작하지만, 시장은 특별한 예고 없이 혹은 예고와 동시에 낙하를 시작한다.

그 순간은 바로 투자자들이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고 냉정함을 잃게 되는 시점이다. 단맛에만 익숙해진 사람에게 다른 맛은 무척 떫거나 유독 쓰게 느껴지는 법이다.

투자자들은 지난 5년여 동안 이렇다 할 조정도 없이 수직 상승하는 시장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뜨거운 상승 열기 앞에선 진부한 원론일 뿐이었다.

현재로선 주가가 단기 반등을 하리라는 예측은 찾아보기 어렵고 글로벌 시장의 조정도 좀 더 길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은 전문가와 함께 본인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전술적 대응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모두 환매하고 시장에서 떠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성급한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투자시점과 투자방식(거치식이냐 적립식이냐)에 따라, 그리고 자금의 성격에 따라 경우가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려우나 지금이 펀드 환매를 할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시장에서 빠져 나와야겠다는 강박증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금흐름과 재무상황 분석을 통해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전술적 대응책을 찾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할 뿐더러 향후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시장상황에서 주가의 추가하락을 염려하거나 상대적으로 긴 조정을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ELF’(주가연계펀드)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LF는 수익증권의 일종인데 자산운용사에서 발행하고 증권사나 은행 등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으로 ELS(주가연계증권)와 유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자산의 등락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과 SK에너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라면 두 종목의 주가 등락이 수익과 손실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둘째, 주로 주가하락을 염두에 두고 상환조건을 설정한다. 예를 들면 두 종목의 주가가 6개월 평가시점에서 기준가 대비 80%, 12개월 75%, 18개월 70%, 24개월 65% 이상이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만기인 24개월 차에 65% 이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두 종목이 모두 2년 동안 한번도 5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으면 수익은 확정된다.

손실을 보는 경우는 총 4회의 평가기준 중 어느 하나에도 충족되지 않고, 두 종목 중 하나라도 반 토막 이상 주가가 떨어진 적이 있을 때다. 따라서 손실을 볼 가능성은 낮으나, 손실이 확정되면 그 폭은 커질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셋째, 주식형 펀드의 경우는 중간에 추가 매입이 가능하고 시세차익에 대해서 과세되지 않으나, ELF는 추가 매입이 불가능하며 수익에 대해 15.4%(주민세 포함) 과세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금융소득 합산과세가 우려되는 경우라면 투자금액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투자기간은 대체로 2~3년이다. 매 6개월마다 조기상환(목표 달성시 자동환매) 기회가 있으며, ELD(주가연동예금)나 ELS에 비해 환매가 자유롭다. 단, 환매금액의 5%가 환매수수료로 부과된다.

<표1>은 ELF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시뮬레이션이다. <표1>을 함께 살펴보면 ELF의 구조를 보다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LF는 주가하락을 염두에 둔 투자상품이기는 하지만 역시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고, 기초자산(개별종목)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상품마다 다른 상환구조와 손실조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거치도록 한다.

기초종목의 베타(박스기사 참조)가 장기적으로 1에 가깝다면 각 상환조건에 맞는 코스피 지수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참조해도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상환조건과 손실조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이라고 판단될 때라야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투자상품이 된다는 점이다.

'베타계수'는 무엇인가
펀드와 시장 흐름의 상관관계 측정
불확실성 높을 때 위험관리에 유용

‘베타(ß)계수’는 시장이 가진 총 위험 중 시장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체계적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인데, 펀드의 움직임이나 변동폭은 베타계수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흔히 민감도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베타계수가 1인 주식이나 펀드는 시장의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한다는 것이고, 베타계수가 0.6인 주식이나 펀드는 시장 움직임의 60%만 추종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상승장에서는 베타계수가 1을 웃도는 펀드가 초과수익을 얻게 되고 1을 밑도는 펀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을 보게 된다. 하락장에서는 당연히 반대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상승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일부 대형펀드들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들의 베타계수가 1.2~1.3 수준이다.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유의할 점은 펀드를 평가할 때는 다양한 지표(표준편차, 베타, 알파, 트레이너, 샤프지수 등)를 통해 종합적인 평가가 행해진다는 사실이다.

베타계수는 그 중 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며, 그것만으로 펀드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숫자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대개 3개월 혹은 6개월 평가를 통해 수정되는데, 그 수치 변동은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계수의 신뢰성은 장기평가일수록 높아진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두자.

독자들도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는 펀드를 선택할 때 베타계수를 한번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변동성을 기피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베타계수가 낮은 펀드가, 적극적인 투자자의 경우는 베타계수가 높은 공격적 펀드가 본인의 스타일에 맞을 것이다.

■ 장우 약력 법인대상 재테크 및 재무설계 강의/세미나

기업컨설팅전문업체 ㈜엑스퍼트 강사

FPSB지정교육기관 위드 FP 교수

케이리치 자산운용연구소 책임연구원




장우 CFP (국제공인재무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