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중국경제 감안하면 영불터널 비해 엄청나게 큰 파급효과원산까지 임진강운하 연결되면 남·북·러 경협 시너지낙후된 경기 북부지역에 비약적인 발전 토대 만들 것

지난 16~18일, 한국과 중국 산둥성(山東省)을 오가는 국제페리에서 선상토론회가 있었다. 경기도가 ‘바다에서 육지를 본다’는 취지의 ‘역발상 선상토론회’에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한 도청 관계자, 기업인, 교수, 언론인 등 80여명이 참석해 4차례의 열띤 토론회를 가졌다.

급성장하는 중국경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및 중국과 인접한 경기도의 신발전 전략이 핵심 주제로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ㆍ중 해저터널 문제도 심도있게 다뤄졌다.

일련의 행사는 ‘세계 속의 경기도’를 지향하는 김 지사의 도정(道政) 철학과 연계돼 있다.

경기도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변화와 개혁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06년 7월 취임 이후 ‘명품 지자체’를 표방한 김 지사는 ‘일 잘하는 1등 도지사’,‘약속을 지키는 도지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조사한 공약 이행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였다.

이번 선상토론회는 경기도가 2008년 내건‘3대 신발전 전략’중 하나인 서해안권(황해권) 개발을 모색한 자리였다. 하지만 토론회가 깊어지면서 김 지사는 남ㆍ북ㆍ러시아를 연결하는 경기 동부ㆍ북구 개발의 대구상을 펴보였다. 토론회 종료 후 김 지사 거실에서 별도의 인터뷰를 가졌다.

- 선상토론회가 끝났는데 소회를 밝힌다면

“기대 이상이었다. 이틀 동안 선상에 머물며 참석자들이 새벽을 넘겨가며 토론회 하는 것을 보며 갚은 감명과 함께 도정 책임자로서 막중한 책무를 느낀다”

- 3일 동안의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보다 참가자 모두가 선상토론회에 진지하게 참여한 것에 감사한다. 또 웨이하이(威海)시 시장과 공무원들이 공휴일임에도 우리 일행을 성대하게 맞아준 것과 그곳에 정착한 한국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것을 보고 한ㆍ중 교역과 교류를 낙관하게 됐다. 2박3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토론회에서 나온 견해들 중 경청할 것이 많아 이를 종합, 정리하고 현실화하는데 전력할 생각이다”

- 토론회에서 특히 한'중 해저터널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경기도의 입장은

“인구가 13억이 넘는 중국이 우리와 인근에 접해 있고 중국 경제의 급성장을 감안할 때 한중터널이 연결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영불터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본다. 특히 우리 나라가 처해진 지정학적 상황, 즉 일본이라는 경제대국, 중국이라는 인구대국, 러시아라는 자원대국 사이에 위치해 있어 대륙으로, 해양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발 빠르면 호랑이 등에 올라탈 수 있지만 한발 늦으면 코끼리 발에 밟힐 수 있다”

- 인수위에 한ㆍ중 해저터널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이 공론화된 상황인데 실제 어느정도 진척되었나

“구체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된 것은 아니고 아직 구상단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해저터널 사업은 국가 간의 사업이기 때문에 중앙 정부, 국가가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차기 정부 당선인인 이명박 당선인께 한중터널의 구상과 계획에 대해 보고를 했고 당선인께서도 관심을 표시했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고 한중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 쪽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 한ㆍ중 해저터널에 대한 중국측의 반응은

“중국은 매우 적극적이다. 경기도와 인접한 중국의 몇몇 성과 시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진행시키자는 입장이다”

- 하지만 해저터널의 경우 막대한 사업비와 공사기간, 그리고 과연 경세성이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데

“해저터널 사업비는 국가 간의 문제이자 지자체와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 영불터널은 100% 민자로 되어서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은 경제성이 중요한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변화에 따른 물동량, 관광객 증가, 나아가 일본, 러시아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 한국이 동북아 물류의 거점이 되고 관광ㆍ교통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경제성은 있다고 본다. 경기도가 해저터널을 건설하는데 20년이 걸린다는 가정하에 경제성을 검토한 결과에서도 긍정적으로 나왔다”

-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대운하 논란이 뜨겁고 반대여론이 상당한데 한ㆍ중 해저터널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충분한 연구 검토, 종합적인 조사를 한 후에 착수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 오는 4월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빙해 해저터널에 관한 토론회를 여는 것도 그 때문이다.

- 토론회 중 서해안 개발과 함께 경기 동북부 개발, 특히 남북한이 공동의 이해가 있는 경협과 러시아까지 연계하는 대구상을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복안이 있는가

“경기 북부지역은 전쟁과 분단에 따른 각종 규제로 경기도에서 가장 낙후돼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강하구 공동이용, 개성공업지구 개발, 문산-봉동 간 철도 화물 수송 등에 대한 진전이 있고 최근 북측에서 휴전선 비무장 지대 개발에 대한 의사를 피력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개최해 경기도 차원의 후속조치를 논의한 적이 있는데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한반도대운하와 관련해 경부운하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서울에서 북한 원산까지 운하가 연결되면 경기도가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임진강에 운하가 건설되면 서울에서 북한의 원산까지 뱃길로 연결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기 북부지역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예컨대 한강하구의 모래를 채취하고 뱃길이 열리면 시베리아 유조선, 가스선이 운하를 통해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지로 갈 수 있다. 대한해협, 대마도를 거치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

-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한 부분과 앞으로 역점을 둘 분야가 있다면

“경기도는 지역 규모나 인구면에서 서울보다 앞서 있고 삼성, LG 등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알짜 기업들이 가장 많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경기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도권 규제, 군사 규제, 물 규제 등 3 중 규제로 인해 발전이 더디고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한다. 우량 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취임 이후 각종 규제를 폐지 내지 완화하는 일에 전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규제에 비판적이고 친기업적인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중앙 정부와 협조해 살기좋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경기도를 만드는데 힘쓸 기울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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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페리에서 열린 선상토론회에서 기념사를 하는 김문수 경기도 지사.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