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단에서 6~8단으로 상향 이동… 고단화 기술 경쟁 불붙었다승차감 좋아지고 출발 가속 향상… 연비 개선 효과 까지 노려GM대우, 국내 최초 6단 변속기 제조공장 보령서 본격 가동쌍용차는 '체어맨W' 에 첫 7단 적용… 현대는 8단 개발 착수

현대 쏘나타 4단, GM대우 토스카 6단, 쌍용 체어맨 7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6단 자동변속기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오토매틱 차량이 절대 다수인 국내 자동차 대부분에 지금은 4~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지만 6단 이상으로 상향 이동하고 있는 것.

국내 자동차 자동변속기의 고(高)단화에 불을 지핀 것은 GM대우이다. GM대우는 최근 토스카 중형 세단 프리미엄6 모델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시판함으로써 중형차 시장에도 6단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GM대우는 지난 2월 충남 보령 공장 내에 6단 자동변속기 생산공장을 준공, 본격적인 6단 자동변속기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6단 자동변속기 생산 공장이 세워져 본격 가동되는 것은 국내 자동차 산업 사상 처음이다.

이를 의식한 듯 GM대우는 6단 자동변속기 공장 내부를 국내외 언론에 공개까지 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흔히 자동차 회사들이 공장을 시찰하는 관계자들에게 내부 모습이나 조업 장면을 보여는 주더라도 촬영까지 허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날 GM대우는 전 언론사가 자유스럽게 촬영하는 것까지 용인했다.

그럼 자동차 자동변속기가 4~5단에서 6단으로 넘어가게 되면 무엇이 다를까? 이에 대해 자동차 기술진들은 정속 주행시 승차감이 좋아지고 출발 가속이 향상되며 연비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자동변속기의 기어가 4단인 차량은 주행 중 속도에 따라 4개의 기어를 오가며 변속하게 된다. 하지만 6단인 경우 6개의 기어가 작동하면서 변속의 횟수나 폭이 더 넓어지게 된다.

즉 주행 속도에 따라 더 촘촘하게 기어 전환이 이뤄지면서 훨씬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 출발 때 더 발진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기어가 4~5개에서 6개로 더 많아지고 크기도 다양해지면서 6단 자동변속기 차량은 고속 주행에서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연비도 개선된다는데 GM대우측은 5단 차량 보다 최고 15% 더 연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의 위용을 갖추고 있는 체어맨W의 론칭행사 모습.

GM대우의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도 이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말디 사장은 준공식에서 “이 날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6단 자동변속기를 소개한다는 것 외에도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는 사실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며 “GM대우의 보령 공장 시설들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시설”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GM본사의 파워트레인 본부와 공동개발된 GM대우의 6단 자동변속기 공장은 연간 30만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토스카 프리미엄6에 처음 장착되는 것을 시발로 향후 라세티 등 준중형 차량에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 자동차의 고단화 추세에는 쌍용자동차도 거들고 나섰다. 한 술 더 떠 최근 7단 자동변속기까지 선보였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 2월말 신차 ‘체어맨W’를 출시하면서 국내 최초로 7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쌍용자동차는 대한민국 초대형 플래그십 세단을 표방하는 체어맨W에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상의 승차감을 구현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속 및 고속에서의 구동 소음이 최소화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전진 7단은 물론, 특히 후진에도 2단 변속을 적용했는데 이는 겨울철 미끄러운 노면에서 부드러운 후진 2단 출발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쌍용 측의 설명이다.

사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변속기의 고단화 시도는 부분적으로 진행돼 왔다.

현대차가 지난 해 10월 내놓은 베라크루즈에도 6단 변속기가 달렸으며 지난 1월 기아차가 선보인 SUV 모하비와 현대차의 고급세단 제네시스에도 6단 변속기가 얹혀졌다. 또 르노삼성이 내놓은 QM5에도 일반 SUV로는 처음으로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그럼에도 GM대우와 쌍용이 이번에 6단 자동변속기 국내 양산과 7단까지 선보였다는 것은 자동변속기의 고단화에도 자동차 메이커들이 사실상 승부를 걸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형차에까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또 6단 이상으로까지 올라서면서 타사와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미인 것. 이에 맞춰 현대차도 후륜구동용 8단 자동변속기 개발에 들어 갔고 현대차 계열인 현대파워텍은 6단자동변속기의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해외 수입차의 경우는 자동변속기의 고단화 추세에서 한 발 앞서 있다. 아우디를 비롯한 수입차 대부분이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최고 8단 자동변속기 차량까지 선보이고 있는 것.

현재 자동변속기 고단화의 최고봉은 일본 토요타자동차다. 토요타는 지난 해 세계 첫 8단 자동변속기를 개발, 시장에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판매중인 LS460이 세계 최초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차량.

그럼 앞으로 자동차 자동변속기의 고공 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6단에서 7단, 8단을 넘어 9단, 10단 그 이상까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은 나와 있다. 고단화가 주는 장점도 있지만 고단화를 이루는데 여러 장애 요소들도 내재해 있어서다.

자동변속기를 고단으로 제작하려면 산술적으로 기어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부피가 커지고 무게가 더 나가기 십상이다. 아무래도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특히 너무 단수가 높아지면 주행 중에 종전 보다 훨씬 많은 기어를 전환해 나가야 되기 때문에 주행의 정숙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잦은 동작과 반복 작동으로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예상 가능하다.

이에 대해 GM대우의 6단 자동변속기는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했다고 말한다. 동일 토크 기준 5단 자동변속기 보다 무게를 더 낮추고 부피도 종전과 비슷하게 유지했다는 것. 자동변속기의 오일 교환 시기도 최고 32만km 주행까지 가능토록 해 사실상 폐차까지 맘놓고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토요타 역시 “8단 자동변속기는 힘을 바퀴에 보다 고르게 분산시켜 밸런스를 맞추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 높은 연료 효율성을 실현한다”고 강조한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동변속기의 고단화에는 모두 동참하지만 방법론에서는 회사별로 엇갈린다. 8단까지 앞서 있는 토요타를 비롯, 7단 차를 시판한 쌍용 등은 보다 적극적인 모습.

하지만 GM대우는 6단 자동변속기 양산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면서도 7단, 8단까지 나가겠다는 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상태에서 6단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GM대우측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변속기 고단화 추세는 상당 기간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