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델 'FX 시리즈'로 고유가시대 대형버스 시장 1위 야심대우버스 "럭셔리한 외관·성능 최상급"현대차도 연비개선 '유니버스'로 맞대응

‘대우버스, 현대 기아자동차에 맞짱(?) 뜨다’

국내 대형 버스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 기아차에 밀려 있는 ‘만년 2위’ 대우버스가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어서다.

대우버스의 도전 카드는 ‘FX 시리즈’ 신모델. 대우버스는 지난 3월 이전 모델인 BH시리즈의 후속작 ‘FX 시리즈’를 내놓으며 현대 기아차를 긴장케 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 대형 버스 시장의 마켓 셰어는 대략 4:4:2 구도. 현대자동차와 대우버스가 각각 40% 정도를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20% 시장은 기아가 차지하고 있다. 대우버스는 드러내놓고 ‘현대 기아차 타도’를 외치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신모델 출시로 내심 ‘시장 역전’을 바라는 눈치가 역력하다.

대우버스가 이처럼 ‘야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모델 FX 시리즈가 기술력에서는 물론 디자인 등 외관, 그리고 나아가 가격 면에서까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판단에서다. 한 마디로 더 나은 제품(버스)를 경쟁사의 모델들 보다 더 싸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무엇 보다 대우버스가 신모델 FX에 거는 기대는 종전 보다 개선된 연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최신 유로-4엔진을 채택, 이전 차량들 보다 5~7%의 연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대우버스측의 주장이다.

실제 대우버스는 지난 3월 중순 고객들을 초청해 서울-강릉간 테스트 드라이빙 행사까지 가졌다. ‘바쁜’ 고객들을 일일이 불러 서울에서 강릉까지 굳이 ‘달린’ 이유는 연비 성능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의도 때문. 때문에 테스트에는 국내 관광버스와 운수업계 대표 및 임원, 연구진 등 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가해 연비 성능 검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일단 운행 결과에서도 대우버스는 우수한 연비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몇 차례의 테스트이긴 하지만 대우 버스 FX212가 서울-강릉간 운행 하루 동안 기록한 연비는 4.51km/l. 같은 날 함께 운행한 경쟁사 버스의 연비가 4.11km/l에 머물렀다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우위를 입증한 셈이다.

유니버스_파워

이 날 대우버스 조사에 따르면 당연히 비용면에서도 연비가 높게 나온 대우버스 FX212가 적게 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동안 주입한 총 비용은 13만1,570원. 경쟁사 버스에 든 기름값 14만4,463원에 비하면 1만원 이상이 절약된 셈이다. 특히 대우버스 FX212에는 요소수 비용 2,370원이 별도로 추가돼 있지만 경쟁사 버스에는 이를 계산하지 않아 실제 유류비 금액만으로 치면 통계 보다 더 효과가 높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버스 메이커나 버스 사업자 모두가 연비 계산에 집착(?)하다시피 열중하고 있는 이유는 ‘경비 절감’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름값’을 절약해야만 관광이나 운송사업자들이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간단한 원리인 것.

실제 이들 운송사업자들에게 유류비는 전체 매출 원가의 4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 중 기름값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부분을 점하고 있는 것. 때문에 운송사업자들에게는 기름값 절약이 지상과제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특히 최근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더더욱 연비에 대한 중요성을 높여주고 있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대우버스 FX시리즈가 연비 개선 효과를 내세우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구체적으로 하루 1만원의 연료비만 절약한다 해도 1년 365일이면 365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버스 1대당 내구연한이 보통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3,650만원. 그리고 운송업체당 평균 10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계산하면 산술적으로 3억6,500만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버스 3대를 새로 살 수 있는 정도의 액수. 버스 운송업계 및 메이커들이 연비 개선에 ‘목을 메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우버스의 신형모델 FX시리즈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즉각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가을 신차 발표는 미리 했지만 3월초 본격 양산 이후 300여대의 출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대우버스측의 주장이다.

뉴 그랜버드 신차발표회

이에 질세라 현대자동차 또한 맞불을 놓으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08년형 유니버스를 내놓으면서 역시 연비 개선 효과를 내세운 것.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실주행 연비 테스트한 결과 수원~원주~제천간 왕복 주행(평지 70%,산악 30%), 유니버스는 평균 4.72km/L로 나타났다고 현대차는 밝히고 있다. 이는 경쟁사 대비 12% 우세한 결과라고 현대차는 주장한다.

또 2008년형 유니버스는 배기규제(유로4)기준이 새로 적용되면서 보다 경제적인 저공해 신기술이 적용된 친환경버스라는 점을 자랑한다. 고유가 시대에 당당히 맞서 고객의 운송수익을 최대화하는데 최적의 모델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판단.

이에 대해 대우버스 또한 한발짝도 무러서지 않는 태세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버스 모델 체인지 작업에 들어가 있는데 이는 대우버스의 FX를 의식한 행보라는 주장이다. 현대차의 버스 최신 모델이 나온지 2년도 안됐는데 단기간에 신제품 라인업 구축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또 대우버스의 신모델 FX 시리즈는 외관을 유럽 스타일로 꾸민 럭셔리 차량으로 고질적인 문제였던 누수나 부식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했다는 점도 함께 자랑하고 있다. 화물함을 다른 차량 보다 더 늘려 공간을 크게 확보하고, 앵글 드라이브 라디에타, 전자식 팬클러치 등의 여러 신기술도 새로 적용됐다고 대우버스는 강조한다.

대우버스 성백창 운영팀장은 “주고객인 운송사업자들 대부분이 버스 연비 개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버스 시장에서 연비를 둘러싼 논쟁과 판매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