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 적절히 대응 못해 퇴보한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강자임대형 쇼핑몰 서비스'티움', 웹에디터 최신작 내놔 관심 집중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 3곳이 있었다. 한글과컴퓨터, 안철수연구소 그리고 나모인터랙티브다. 이 가운데 한글과컴퓨터, 안철수연구소는 여전히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 한 곳 나모인터랙티브만 빼고 말이다.

닷컴 열풍으로 전 IT업계가 흥청대던 2000년대초까지만해도 나모인터랙티브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한 때 주가가 13만원을 호가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곧 닷컴 거품은 꺼졌고 전 IT업계가 휘청대던 시절, 나모인터랙티브도 휘청거렸고 결국 2003년 경영권 분쟁에까지 휘말린 끝에 세중여행사에 넘어갔다.

하지만, 비슷한 행보를 겪은 한글과컴퓨터가 프라임그룹에 인수된 후 기사회생, 여전히 소프트웨어 대표기업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세중나모인터랙티브로 다시 태어난 나모는 옛 영광 회복에 힘겨워하며 서서히 잊혀져 가는 듯 했다.

나모의 침체는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모의 대표상품은 ‘나모웹에디터’다.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인터넷 붐이 일고 너도 나도 홈페이지를 구축하면서 나모웹에디터도 상종가를 달렸지만, 인터넷이 급속히 서비스 환경으로 재편되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회원가입만 하면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간편하고 저렴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웹에디터를 굳이 사용해야 할 필요가 점차 줄어든 것이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를 팔게 아니라, 홈페이지를 쉽게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웹기반 서비스 모델의 연구와 투자가 아쉬웠다.

새로 부상하는 블로그에 대한 대응도 늦었다. 흔히 웹1.0과 웹2.0을 구분할 때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것이 홈페이지와 블로그다. 홈페이지는 웹1.0 모델, 블로그는 웹2.0 모델로 비교된다.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 업체가 홈페이지의 진화 모델이라 할 블로그를 놓쳤다. 새로운 홈페이지 구축 서비스에 쫓기고, 웹2.0 환경에 뒤처지고 있는 모습이 나모의 현실이었다.

그런 나모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나섰다. 언론들은 ‘돌아온 나모’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주목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는 것일까.

나모인터랙티브는 지난해말까지 (주)세중여행사의 소프트웨어사업부문이었다. 독립적인 기업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랬던 나모인터랙티브가 지난해말 세중여행사로부터 분리돼 독립법인으로 거듭났다. 직원들이 지분을 인수해 주주로 참여하는 형태로 완전 독립하면서 세중과의 관계도 정리했다. 4년 6개월여만에 다시 독립기업으로 돌아왔다. 이름도 예전 그 이름, (주)나모인터랙티브다. 코스닥 상장 이전의 벤처기업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제 다시 첫걸음을 시작한 나모가,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 임대형 쇼핑몰 서비스 ‘티움(www.tiuum.com)’이다. 나모는 티움에 대해 “웹표준인 W3C의 XHTML 및 CSS 규격을 따르고 위지윅(WYSIWYG) 방식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임대형 쇼핑몰"이라고 밝혔다. 웹2.0 시대의 서비스 모델을 선보였다는 얘기다.

티움의 가장 큰 특징은 쉽고 편리하다는 점이다. 티움의 관리자 화면은 AJAX 기반의 위젯을 적용했다. 관리자는 위지윅 방식으로 원하는 메뉴나 기능을 마우스로 끌어다 원하는 위치에 옮겨놓으면 된다. '리모컨'을 이용해 마우스 클릭만으로 디자인부터 메뉴 구성까지 간편하게 바꾸도록 했다.

웬 쇼핑몰인가 하겠지만, 이는 웹에디터로 확보한 기술을 쇼핑몰에 응용한 서비스 모델인 것이다.

이와함께 3월24일 나모의 대표작 웹에디터의 최신작이 출시됐다. ‘나모웹에디터 2008 스위트’다. 3년만에 나온 최신 버전인데, 기존 나모웹에디터의 업그레이드 제품에, 설치형 블로그 제작 및 관리 소프트웨어 ‘나모 웹로거’,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 ‘나모 큐시트’가 새로 추가됐다. 웹에디터를 기반으로 웹2.0 시대의 총아인 블로그와 UCC를 겨냥한 종합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선 보인 것이다.

설치형 블로그 소프트웨어나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는 이미 시장을 장악한 제품들이 있다. 한발 늦은 셈이다. 하지만, 나모가 보유한 ‘웹 기반의 편집’ 기술과 경험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뒤늦은 출발이지만, 나모의 행보를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