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웨더 김동식 대표국내 최초 기상정보 회사 차려 10년만에 업계 선두주자 우뚝'날씨정보는 공짜'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뚝심·신념으로 넘어서

어떤 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연의 흐름에 능통한 주인공이 바람과 구름과 여러 자연현상을 보고 폭우가 쏟아질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햇볕이 가득한 날 시장을 돌며 헐값에 나막신을 사들였다.

나막신은 주인공의 집 앞 마당에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예상대로 폭우가 쏟아졌다. 나막신을 사러 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신을 구하지 못해 소동이 벌어졌다. 이때 주인공은 자신이 지불한 가격의 몇 배를 받고 나막신을 되팔아 큰 이득을 봤다.

1990년대 베스트셀러 <소설 토정비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주인공은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장사에 적용해 놀라운 수익을 얻은 셈이다. 21세기인 지금, 소설 속 인물처럼 날씨를 예측해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 바로 케이웨더(www.kweather.co.kr) 김동식(38) 대표다. 그는 97년부터 날씨를 팔기 시작했다.

사업 첫 해 매출은 7,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07년에는 무려 1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9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이웨더는 우리나라 최초 기상정보회사로 국내에 기상산업을 인식시켰을 뿐 아니라 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선 회사다.

잘 나가는 기계공학도였던 김 대표가 날씨와 인연을 맺은 건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였다. 이미 미국에서 기상관련 산업의 성장을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관련 법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워낙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좋아하던 그는 날씨 산업의 성장을 예상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얼마든지 안정된 길을 갈 수 있었다. 한양대(기계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한양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미국 MIT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박사과정을 준비 중이었다. 학위를 받으면 한양대 교수라는 안정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과감히 교수직을 포기하고 지금의 길을 선택했다. 그 무렵 주위의 시선은 차가웠다. “웨더(weather)하기 위해 외도(外道)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는 날씨 산업은 반드시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10조 원 시장에 진입했고 관련산업까지 따지면 300조 원 시장이다. 또한 캐나다는 77조 원, 일본은 2조 원인데 비해 한국은 겨우 300억 원 규모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잠재력도 크다는 것이다.

날씨 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날씨가 산업에 50~70%에 달하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사업을 하는 회사는 겨울철 날씨가 1℃만 더워져도 사람들이 히터를 틀지 않기 때문에 수십억 원의 매출이 왔다 갔다 한다. 골프와 같은 레저산업의 경우 날씨가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빙과류와 청량음료 사업도 날씨에 휘둘리기는 마찬가지다. 에어컨과 히터는 상품 자체가 날씨에 100% 의존하는 제품이다. 건설현장의 경우도 날씨는 결정적 변수다. 비가 올 때 콘크리트 공사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씨 변화가 극심해져 과거의 경험이나 데이터가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

케이웨더가 하는 일은 기상청과 상호 보완적이다. 기상청은 거시적으로 전국의 날씨를 예보한다. 하지만 동네마다 날씨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곳에서는 그 편차가 더 크다. 여름 소나기는 같은 소의 왼쪽 궁둥이에는 오고 오른쪽 궁둥이에는 오지 않는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동네마다 다른 날씨를 누구보다 많이 경험할 수 있다. 분명히 서울에서는 비가 와서 고민했는데 골프장에 가보니 하늘이 맑게 개어 있는 것이다. 케이웨더는 바로 이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동네 별로, 시간대 별로, 체감온도 별로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판매한다. 고객은 개인과 조직을 합쳐 4,000에 이른다.

“미국에선 날씨 핑계를 대는 CEO는 무능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관련 보험상품이 등장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상예측을 위한 장비산업, 예측을 바탕으로 한 컨설팅, 여기에 금융상품까지 보탠다면 기상관련 산업의 시장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질 것입니다.” 날씨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김 대표의 확신이다.

그는 처음부터 위기에 맞닥뜨리며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인식의 벽이 너무 높았다. 지금은 날씨정보를 유료로 인식하지만 97년 당시에는 주위의 반응이 차갑기만 했다.

더구나 20대 후반에 불과한 나이 탓에 관련 기관을 비롯한 고객들과 접촉하기가 어려웠다. ‘날씨를 파는 새파랗게 젊은 남자’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사장이란 직함 대신 실장이란 직함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날씨=공짜’라는 인식과 영업과정에서의 세대차를 극복하기 위해 유명 기상 캐스터인 김동완 씨를 영입했다. 우리나라 기상 캐스터의 전설인 김 씨와 함께 움직이면서 김 대표는 보수적인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아들이라는 오인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력이 깊어 갔다. 또한 ‘날씨=공짜’에서 ‘날씨정보=유료’로의 인식 전환은 시간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회사 내실을 다져가며 준비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기상산업은 케이웨더의 김동식”이라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선구자적인 시도는 국내에 기상산업이 뿌리를 내리는 데도 큰 공헌을 했다.

기상산업은 환경과 관련된 미래산업이기에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계속될 것이기에 날씨를 예측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

전문인력의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관련 장비는 더욱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겠지만 이를 해석하고 적용할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하루 이틀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 컨설팅 산업도 앞으로 기대되는 업종 중 하나라고 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기상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다.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태풍 카트리나의 경제적 손실은 복구비용만 1,500억 달러로 9ㆍ11테러 때의 총 200억 달러와 비교해 차이가 매우 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기상에 대한 투자가 투자액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이야기한다. 날씨경영만 잘해도 돈을 버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신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케이웨더의 가치가 빛날 줄 알았죠.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그 가능성을 점차적으로 넓혀 기상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아갈 것입니다.”

최근 한 신문이 마련한 ‘주목받는 CEO’를 선정하는 투표에서 그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후보에 올랐다.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평가를 받을 만큼 말 그대로 그는 대한민국의 주목받는 CEO임에 틀림없다.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10년을 겪어보니 이제야 감이 잡힌다고. 그리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있지만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루는 것이 아니라 10여 년간 그 분야를 알아가면서 서서히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는 이제 30대 후반에 불과하다. 이런 그가 속도조절을 한다는 것은 대단하다. 언젠가 그를 통해 대한민국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