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장착 스피커만 무려 14개… 서라운드 음향 감상하는 달리는 음악감상실

닛산 자동차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infiniti)’. 국내에서 출시된 차종은 모두 6가지다. 그 중에서도 인피니티를 가장 대표하는 차량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M 시리즈’가 꼽힌다.

인피니티 M시리즈가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명함’을 최근 국내에 선보였다. 이름은 ‘뉴 인피니티 M’, 종전 인피니티 M시리즈의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이다.

새롭게 달라진 뉴 인피니티 M은 ‘럭셔리 세단’이라는 칭호에 걸맞을 만큼 외관에서부터 더욱 세련되고 중후한 디자인을 과시한다.

예전 모델과 달라진 변화는 차량 앞면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그릴과 범퍼가 종전 모델과 완전히 차별화된 것.

차량 정면에서 바라보는 ‘첫 인상’을 결정짓는 그릴은 곡선으로 처리돼 부드러운 느낌을 던져준다. 종전에는 직선이었다. 또 M45 차량의 경우 그릴을 구성하는 블레이드 윗부분이 모두 검정크롬으로 처리돼 보다 중후하면서도 고급스런 이미지를 구현했다. 대신 M35는 블레이드 윗부분이 은색 크롬 그대로다.

앞 범퍼의 부드러운 곡선 처리 또한 웬지 ‘유연해’ 보인다. 예전 모델 보다 3.5㎝ 더 앞으로 늘리며 ‘곡면 라인’이 더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범퍼를 앞으로 더 내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보다 ‘스포티’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다. 이른바 ‘스포츠 범퍼’ 콘셉트. 럭셔리 세단 답게 차량 길이가 전체적으로 ‘길고 날렵해’ 보이는 것 또한 스포츠 범퍼 덕분이기도 하다.

차량 외관만 살펴 보기에는 어쩐지 맘이 급해진다. 과연 실내는 어떨까? 무선으로 작동하는 인텔리전트의 도어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운전석 문이 열린다. 조수석이나 뒷 좌석 도어는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줘야 한다.

문을 열고 핸들 아래쪽에 위치한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좌석이 앞으로 당겨진다. 이미 운전자의 체형에 맞게 조절된 위치와 각도를 기억해 제자리를 찾아 오는 것이다. 스타트 버튼 은 운전자가 인텔리전트 키를 굳이 꺼내지 않고 주머니에 소지하고만 있어도 작동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리고 처음 타 보는 이들이 깜짝 놀라게 되는 ‘사건’ 하나. 핸들 또한 위에서 아래로 내려 온다. ‘핸들이 왜 움직이지?’하며 궁금해 할 만도 하다. 그리고 시동을 끄면 반대로 핸들은 다시 위로 올라 가고 좌석은 뒤로 움직인다. 운전자가 타고 내릴 때 ‘상하 좌우’ 공간을 더 넓게 만들어 줌으로써 편하게 해 주려는 배려를 위해서다.

계기판을 바라보면 보랏빛 조명이 특히 인상적이다. 정확한 용어는 ‘블루 바이올렛’ 조명. 이번에 모델 변경이 되면서 새롭게 적용된 ‘럭셔리’ 조명이다. 둥그런 계기판 마다 가장자리를 치장하는 ‘링’도 톱니 바퀴 모양으로 디자인 돼 더욱 은은하면서도 품격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전원이 들어 온 상태에서 스타트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조용하다. 조금 귀 기울여 들어 보면 약간의 배기음이 전해 지는데 이는 ‘운전에 재미를 주기 위해서 배기음을 듣기 좋게 튜닝’한 덕분이라고 한다.

배기량 4,500cc, 엔진이 꽤 큰 차량인데 어쩜 이리 조용하지? 본네트를 열어 보면 수긍이 간다. 엔진 부분을 커다랗게 덮고 있는 엔진커버가 1차적으로 엔진 소음을 차단해 준다. 그러고도 모자라 본네트 안쪽에 두터운 ‘흡음판’이 부착돼 있다. 아! 흡음판이 나머지 소음을 실내에까지 도달하기 전에 대부분 흡수해 버리는 원리다.

차량 덩치도 제법 큰 편이고 배기량도 만만찮은데 차는 어떻게 달릴까?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으니 조심스럽게 나가는 것이 육중하면서도 묵직하게 느껴진다. 과연 최고급 럭셔리 세단답다.

그럼 세게 밟아 보면 어떨까? 웬걸, ‘부릉’하며 힘차게 뛰쳐 나가는 것이 마치 레이싱 경기장의 레이싱카 같다. 후륜 구동이라 뒤에서 받쳐주는 느낌이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뉴 인피니티 M45는 초반 가속 성능이 동급 최고라는 것을 자랑한다. 47kg.m 토크로 동급 최고 파워에 최대출력도 338마력이나 된다.

그러고 보니 인피니티 브랜드의 차량 모두 배기량이 크고 가속력이 좋은 스포츠형 주행 퍼모먼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M45가 중후하면서도 묵직한 이미지를 갖고 있더라도 가속 성능이나 핸들링이 ‘스포츠형 콘셉트’ 기조에서 전혀 예외가 아니다.

주행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 라디오를 켜니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온다. BOSE 5.1채널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덕분이다. 조금 소리를 높여 보면 흡사 영화관에 와 있는 듯한 느낌 그대로다.

무엇 보다 운전석과 조수석 등받이 윗부분에도 스피커가 각각 2개씩 달려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 차량 실내를 하나의 공간으로 보고 스피커를 배치한 것이 아닌 좌석 하나하나를 ‘하나의 소리 공간’으로 보고 오디오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실내에 장치된 스피커를 세어 보니 모두 14개나 된다. 서라운드 라이브 사운드라 부르기에도 손색없다.

라디오 볼륨을 조절하거나 실내 온도, DVD 시청 등은 모두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한 번에 보여진다. 차량에서 작동하는 모든 기능은 일단 이 화면을 통해 보여지고 통제되는 것. 조작은 바로 밑에 놓인 HMI(Human machine inerface)라고 불리는 인피니티 컨트롤러를 통해 이뤄진다. 둥그런 모양의 HMI에는 모든 기능 버튼들이 집약돼 있다. 버튼에 익숙치 않더라도 화면은 터치 스크린 방식이어서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만 줘도 알아서 작동한다.

보통 뒷좌석에서 DVD를 시청할 수 있는 LCD 패널은 무릎에 가까운 콘솔 위나 좌석 뒷부분에 부착된 것이 대부분. 하지만 M45는 천장 가운데에서 화면이 내려 온다. 리모콘으로 작동하는 화면을 위로 바라보면 꼭 비행기에 탄 것 같다.

간혹 터널을 지나거나 송신 장해 지역에서 라디오 소리에 잡음이 끼이는 경우가 있는데 M45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디오 파일럿이라는 소음 제거 기능이 추가된 덕분인데 이는 터널이나 고속도로에서 날 수 있는 소음을 사전에 차단해 준다. 한 번 설정만 해 놓으면 자동으로 알아서 작동한다.

운전 중 휴대폰으로 걸려 온 전화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블루 투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한 번 등록해 놓으면 휴대폰에 손을 대지 않고도 스피커를 통해 통화가 가능하다.

한 번 달리고 나서 차량을 세우고 실내를 다시 한 번 훑어 보면 왜 럭셔리 세단인지 공감이 간다. 실내 전체가 가죽과 우드 트림, 크롬 등으로 치장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뭇결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우드 트림은 북해도산 목련 나무 소재다. 플라스틱처럼 미끈해 보이지만 천연 나무 그대로다.

차에서 내려 미처 못 본 차량 뒤를 보니 테일 램프가 날씬하게 보인다. 종전 모델은 램프가 위로 올라와 조금 뚱뚱하다거나 투박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M45는 높이를 낮춰 더 스포티해 보인다.

트렁크 윗부분 끝자락이 약간 밑으로 처져 있는데 이는 ‘일체형 리어 스포일러’다. 고속 주행중에도 차가 부드럽게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리어 스포일러가 차량에 부딪히는 공기를 아래로 떨어 뜨려줘 차량 뒷부분이 떨리지 않게 해준 덕분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