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외환보유고·물가 압력·핫머니 유입 등으로 당분간 가파른 상승세 이어질 듯

2005년7월22일, 중국정부는 그 이전까지 1달러 당 8.2665이던 위안화의 대미 환율을 1달러당 8.1011로 2% 가량 평가절상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사실 그 이전부터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여러 차례 중국정부에 요구하였으나 중국 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 의회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면서까지 중국을 압박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그해 9월에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기에 중국은 위안화 절상 요구를 언제까지나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미국 방문길에서 또다시 위안화 절상요구를 받을 것이 분명하였기에 중국은 마지못하여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는 “시늉”이나마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2% 정도의 소폭 절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울러 2005년7월 당시 중국정부는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면서 환율의 결정방식도 바꾸었다. 그 이전까지 중국의 위안화는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운용되던 단일변동환율 시스템을 따르고 있었는데, 2005년 7월부터는 위안화를 달러, 엔, 유로 등 15개국의 통화에 연동하는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후 위안화는 조금씩 서서히 평가절상되는 수순을 밟았고, 그 때마다 미국 등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은 위안화의 평가절상 속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위안화 환율을 더 가파르게 올리라는 요구를 하기 일쑤였다.

중국은 일찌감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자랑하고 있었고 외환보유고도 나날이 급증하는 추세이긴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과감한 평가절상에 주저하였던 것은 결국 자신감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위안화를 공격적으로 평가절상 하였다가 혹시 수출 등에 차질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던 것.

그런데다 정치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였다. 미국 등 선진국의 요구를 쉽게 들어준다면 압력에 밀린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니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정부로서는 자칫 중국 국민들을 설득하기에 난감한 지경에 빠질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반 정도가 지난 현재, 위안화의 환율은 오히려 중국정부의 공격적인 평가절상으로 인하여 하루가 다르게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덩달아 사상최고 기록도 거의 매일같이 경신하고 있다. 위안화는 2006년6월14일에 7.9980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달러 당 7위안 시대를 열었던 터.

그리고 이제 위안화의 환율은 바야흐로 6위안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위안화의 평가절상 속도가 대단히 가파르다. 2006년만 하더라도 여러 서방선진국의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는 한 해 동안 고작 3.2% 평가절상 되는 데에 그쳤다.

그리고 2007년에는 6.4% 평가절상 되었으니 속도가 약간 가팔라지긴 하였다. 하지만 그건 약과이다. 올해 들어 위안화는 벌써 4%나 평가절상되었다. 단지 석 달 만에 2006년 전체의 평가절상 폭을 뛰어넘은 셈.

그렇다고 최근에 미국이나 선진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가 더 강력해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하여 위안화를 평가절상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옳다.

최근 위안화의 평가절상 속도가 가속화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첫째로는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자신감이 넘쳐난다는 점을 손꼽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는 중국 정부가 수출에 미칠 역효과를 우려하여 위안화의 과감한 평가절상에 소극적이었던 터.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무역수지가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외환보유고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7년의 경우 위안화가 꾸준하게 평가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무역수지는 2,6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여 2006년에 비하여 무려 48%나 급증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 결과 중국의 외환보유고도 크게 늘어나 1조6천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굳이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인하여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로 손꼽히는 위안화의 평가절상 요인은 역시 국내요인이다. 중국은 최근 대내적으로 급격히 치솟는 물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1월중 소비자물가지수가 무려 7.1%나 치솟으며 12년 만에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더니 2월중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술 더 떠서 8.2%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달 중순께 발표되는 3월중 소비자물가지수도 8% 수준을 유지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살인적인 물가로 말미암아 특히 서민들의 생활이 고통스럽다.

예컨대 2월 한 달 동안에만 음식가격은 무려 23.3%나 치솟았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더구나 유가 등 에너지가격이나 쌀을 비롯한 농산물의 가격이 세계적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니만큼 중국 당국으로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하여 무언가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만 할 형편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물가불안을 잠재우고 경기를 식히기 위한 조치가 마땅치 않다. 긴축정책을 실시하게 위하여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여러 차례 인상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가장 강력한 물가억제책이라면 금리를 올리는 것인데, 당장 금리를 건드리자니 자칫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될 위험도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위안화 평가절상 가속화이다. 위안화의 평가절상 속도를 늘려 수입물가 부담을 줄이고 해외 요인으로 늘어나는 통화량 공급도 줄이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산인 셈.

세 번째의 요인은 해외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핫머니이다. 환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안화의 가치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평가절상되리라는 것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나 혹은 외환보유고의 증가추세가 줄어들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 투기자본이 이런 낌새를 놓칠 리 없다.

온통 중국으로 핫머니가 몰리고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핫머니의 유입을 막기 위하여 여러 규제조치를 시행하고는 있으나 수익이 번연히 눈에 보이는지라 투기세력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제 투기자본이 중국으로 몰려들면서 위안화의 수요가 급증하고, 그 결과 위안화의 평가절상 속도를 올려놓았다.

향후의 전망도 위안화에 대하여 우호적이다. 외환딜러를 비롯한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가파른 상승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정부로서도 위안화의 절상을 굳이 막을 이유가 없는데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한다면 절상을 부추길 판국이기 때문. 그런데다 세계적으로 달러화의 가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위안화는 달러에 대하여 강세를 지속할 태세이다. 지금이야 1달러=6위안 시대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1달러=5위안 시대를 볼 수도 있겠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