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엔 투기자본 농간도 숨어 있어… 지금 들어가면 '상투' 가능성원자재 시세변동 펀드 수익률에 바로 반영 안돼중장기적 안목으로 적립식·분할투자가 바람직

만약 건설현장이 멈춰버리고, 도로포장과 보수공사가 중지되고, 자동차 제조 라인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의 긴축경제 기조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쉽지 않은 외부환경을 고려한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납품중단이라는 배수진을 친 레미콘 업계는 최근 건자재협회와 최고 8.7% 인상안에 합의하여 건설현장이 멈추는 사태는 일단 모면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과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납품가에 대한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며, 아스콘 업체들도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게다가 포스코는 철강 단가를 조속한 시일 내에 인상할 계획임을 밝혔다. 인상 폭은 톤당 12~15만 원 선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편승한 철근 사재기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강력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들의 공통점은 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다. 적자납품을 하소연하는 납품업체의 처지도 딱하고, 일시적으로 큰 폭의 인상은 곤란하다는 입장도 이해된다. 참 풀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반사적으로 ‘섹터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었는데, 특히 ‘원자재펀드’라고 이름을 내건 상품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섹터펀드는 특정 업종에만 투자하는 상품으로 예를 들면 의료사업, 원자재 관련사업, 수자원 관련사업 등에 주력하는 기업에만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섹터펀드는 다른 투자처와 가능하면 낮은 상관계수(주요 지수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음을 뜻함)를 통해 투자위험을 줄이는 한편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려는 취지로 편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원자재펀드 등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리스크 헤지 또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추구 차원이 아닌 고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섹터펀드는 위험회피와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일까. 최근 가장 주목받는 원자재펀드의 특징과 투자시 유의사항을 통해 함께 살펴보자.

러시아 그자즈단카 농장 곡물창고에서 인부가 벼를 퍼올리고 있다.

첫째, 원유, 철광석, 천연가스, 농산물 등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하자.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원자재펀드는 원자재 사업과 관련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파생지수에 투자한다. 따라서 현물, 선물 가격의 급등이 펀드 수익률에 바로 반영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둘째, 원자재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강력한 상승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 자원고갈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이는 강력한 대체에너지의 출현과 상용화 시점까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곡물 가격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장기적인 투자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외부적 충격에 대한 과잉반응 현상인 ‘오버슈팅’(over-shooting)으로 인한 초과상승이라는 것이다. 초과상승은 약 20% 안팎에 달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력한 경제보고서에 의하면 국제 원자재 가격지수인 IMF상품가격지수는 2007년 1월 대비 51.4%나 상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품목별 기여도는 역시 폭발적인 가격 상승세를 보인 원유가 단연 압도적이다. 그런데 원유가격 급등에 대해 달러화 약세가 4.5% 정도 기여를 한 반면 투기자금 유입은 무려 40.3%의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기술적 분석 방법이나 계량적 도구 등에 따라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원자재 가격폭등 뒤에 투기자본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넷째, 자칫하면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가 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지금 글로벌 증시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은 언제든지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소 진부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과거의 수익률’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호에도 언급했듯이 2007년 3분기 전후로 대규모 거치형 투자자금이 유입되었고, 한 유명펀드의 경우 말 그대로 ‘묻지마 투자’의 절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자 곧바로 투자자들은 상투를 잡은 건 아닌지 좌불안석했고, 유명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에 대한 찬사는 비난과 원망으로 바뀌었다.

수익이 나는 곳으로 돈이 흐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대안적인 투자처에 대한 관심 또한 바람직하다.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세울 때가 되었다. 잦은 포트폴리오 변경과 신종 펀드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는 수익률 제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원자재펀드의 중장기 수익률에 대해서는 기대를 가져도 좋다. 다만 전술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적립식 투자라면 원자재 가격의 버블붕괴에 대해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지만, 거치식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분할투자 하기를 권한다.

물론 2009년까지 당분간 원자재 가격상승이 지속되리라는 전망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현재 국면은 ‘오버슈팅’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굳이 비싼 가격에 서둘러 투자할 이유는 없다. 또한 투자하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 중 10~2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낮은 상관계수를 통한 리스크 헤지와 포트폴리오 안정성 추구가 주 목적이라면 한곳에 대해 투자비중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브릭스펀드가 그런대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도 사실은 투자 국가간에 상관계수가 높지 않은 덕분이다.

과유불급.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 이는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명심하자.

■ 장우 약력

법인대상 재테크 및 재무설계 강의/세미나

기업컨설팅전문업체 ㈜엑스퍼트 강사

FPSB지정교육기관 위드 FP 교수

케이리치 자산운용연구소 책임연구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