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서 경기활성화로 정책 변화 시사… 7월 이전까지 결정날 듯

한국은행
서양 속담에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는 뜻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뒤따르듯이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희생하여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정부나 의 통화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어느 하나를 포기하여야 한다.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긴축정책을 통해 경기를 억제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반면에 경기가 살아나도록 하려면 어느 정도 물가가 오르는 것을 용인하여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정책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물가도 안정되고 경기도 활황을 띠도록 하는 것이련만 현실적으로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을 수는 없다. 그러니 정책 당국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지 선택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제까지 의 주된 정책 목표는 물가안정에 주어져 있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비하여 다소 낮아지리라는 것이 자체의 전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경기를 북돋우려면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공급하여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하지만 은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국제유가가 연일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 선뜻 물가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열린 4월 회의에서도 또다시 기준금리를 5퍼센트로 동결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미국의 달러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 우리나라 금리와의 격차가 벌어져 핫 머니의 유입도 우려되는데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정부나 정치권의 바램이 거세었으나 은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의 입장이 다소 바뀌는 것이 아닌가하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총재의 발언 내용이 변화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이성태 총재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감이 진정되고 있어서 우리나라 경기도 점차 안정되리라 보는” 입장이었다. 경기가 안정되고 있으니 굳이 물가불안의 위험을 무릅쓰고 금리인하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월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의 기자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몇 달 전에 예상한 것보다 상당 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그는 “당초 미국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우리나라 실물 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앞으로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다 이 총재는 “내수 쪽에서도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며, “앞으로 우리 경제를 전망해 보면 국외 여건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고도 언급하였다. 예전과는 달리 경기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다.

총재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금융시장의 채권딜러들은 이 발언을 놓고 의 정책이 물가안정 우위에서 경기를 진작하는 방향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성태 총재 스스로 “예전에는 미국의 영향이 없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하였고, 또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가 우려된다면 당연히 은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러니 이 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주안점을 바꿀 것이고, 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된다.

그런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도 금리인하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13일 미국 및 일본 순방을 앞두고 가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내수 회복을 위한 조치를 강조하였다.

이 대통령은 초과로 거둔 세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하였으나 역시 주된 초점은 경제성장률의 확대를 위하여 여러 방면에서 경기 활성화 정책을 취해나간다는 것이다. 당연히 의 금리 인하도 포함된다. 물론 은 독립된 기관인 만큼 정부의 간섭에서 비켜나 독자적인 금융정책을 펼쳐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물가안정만을 앞세우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을 터.

사실 연초부터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방향의 문제는 아니라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금리 인하가 대세이니만큼 우리도 결국은 금리 인하 추세에 동참하리라는 것이었다. 다만 대외적으로 유가 등 물가불안 요소들이 상존하였기에 금리인하 시기가 늦추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으로 본다면 이제야말로 금리 인하의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금리는 빠르면 당장 5월 중에도 인하될 수는 있다. 사안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친다면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인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의 입장으로서는 나름대로 명분을 마련하여야 하므로 소비자 물가 등 물가가 다소나마 진정되는 모습이 포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는 6월, 혹은 늦어도 7월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만일 금리를 내린다면 그 폭은 얼마나 될까? 시장에서는 “그린스팬의 아기 걸음마”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스팬의 아기 걸음마 정책이란 전임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었던 그린스팬이 달러의 금리를 내리면서 매번 0.25%씩 서서히 인하한 정책을 말한다.

한꺼번에 금리를 내리지 않고 천천히 인하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서도 경기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러니 우리도 올해 6월 혹은 그 이후에 두 차례 정도 나누어서 0.25%씩 금리가 인하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여 채권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만일 금리인하 결정이 구체화된다면 주식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금리인하로 인하여 물가안정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어느 정도 각오하여야 할 일이지만, 물가상승을 크게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금리인하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경기활성화 측면에서도 기대되는 조치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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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