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설비투자 등 각종 경기지표 '빨간불'수출 부진 땐 큰 타격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공약으로 내걸었던 소위 “747”은 이미 물 건너 간지 오래이다. 올해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는커녕 임기 중에 한 번이라도 경제성장률이 7% 근처에 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처음부터 잘못되었기보다는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대외 경제여건이 나쁜 탓이 크다.

거기에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하여 신용시장이 위기를 겪더니 그게 실물경제로 파급되어 경기침체의 우려마저 낳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 경제가 좋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경기에도 악영향이 온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기둔화는 그저 “가능성” 정도로만 간주되었다. 하지만 4월이 지나면서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는 조짐이 여러 부문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내수가 문제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25일에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1/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5.7%, 그리고 전분기 대비 +0.7% 성장하였다고 밝혔다. 얼핏 생각하기에 작년에 비하여 5.7% 성장한 것이라면 비록 7%에는 못 미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성적표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수치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갈 경우 내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1/4분기에 경제가 그런대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순전히 수출(+12.8%)이 크게 늘어난 덕택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 경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되레 둔화되었으며 향후 경기의 원동력이 될 설비투자(+1.7% 증가)나 건설투자(-0.7% 감소)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는 기업에서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확신하여야 늘어나는 법이다. 따라서 설비투자의 증가세가 둔화되었다면 기업에서 바라보는 경기전망이 여전히 좋지 못하다는 것을 실증하는 셈이다.

또한 국내 경기에서 건설경기의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데 이것도 부진하다. 건설경기가 좋아지면 이에 따르는 파급효과가 대단히 크지만 거꾸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이로 인한 경기회복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실제로 건설투자 역시 1/4분기에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먹이고 있으나 그게 건설경기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활동이 적잖이 위축되고 있다. 인천의 한 주물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듯이 소비자들의 심리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향후 경기를 낙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수록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기업의 매출이 확대되고, 그 결과 고용이 증대하는 식의 선순환이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소비가 둔화되면서 내수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율이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원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무시하지 못할 형편이다. 인플레이션이 악화될수록 소비자들의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기에 이래저래 상황은 좋지않다.

종합한다면 국내 성장은 수출에만 목매달고 있는 셈. 그런데도 수출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미국이 서브 프라임과 실물경기의 위축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의 경기침체로 말미암아 수출마저 크게 늘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내수라도 괜찮으면 수출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견딜 수 있으나, 내수마저 부진한지라 지금은 “비빌 언덕”도 없다.

한국은행도 사실상 경기둔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최춘신 경제통계국장은 1/4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성장속도나 상승세가 상당히 꺾였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민간소비는 앞으로 회복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발언하였다. 또한 그는 “당초 전망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하여 이전에 4.7%라고 발표하였던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율 전망치보다 실제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다른 통계에서도 경기둔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최근 정부는 3월중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였는데, 이 자료에 의하면 국내 경기는 1/4분기가 경기의 정점이었고, 2/4분기부터는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이유는 경기를 앞서서 움직이는 경기선행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연속 4개월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행지수는 작년 11월에는 +0.2%의 플러스 상태를 나타내었으나, 작년 12월에 -0.2%로 처음 마이너스로 내려섰다. 그리고는 올해 1월(-1.15%), 2월(-1.2%)에 각각 마이너스 상태를 연거푸 기록하였고, 3월에도 -1.0%로 나타나며 연속 4개월째 마이너스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선행지수는 월별로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는 등 등락이 심한 편이지만, 연속하여 3개월 마이너스 혹은 플러스로 같은 방향을 이어간다면 경기의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3월마저 경기선행지수가 마이너스로 나타나며 연속 4개월째 같은 방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국내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전환하였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거기에다 경기동행지수도 2월에 전월비 -0.3포인트를 나타낸 이후 3월에도 마찬가지로 -0.3포인트를 기록하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이다. 또한 산업활동중향 중에서 1~2월의 재고출하 순환도 경기 둔화 방향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은행이 경기를 끌어올릴만한 카드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비용이 줄어들기에 기업투자가 촉진되는 효과는 거둘 수 있고 결국 경기를 자극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금리는 5% 수준인 반면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번에 또 하락하여 2% 선으로 내려선지라 국내외 금리차도 커졌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조치가 곧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