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金正日의 두려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고이즈미 일본총리와 함께 24일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 카우보이 차림으로 나타나 기자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푸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더 이상 문제를 지연시키면 국제사회의 ‘강한 조치’를 받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같은 톤으로 똑같이 ‘강한 조치’를 말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회견 때처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름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때에 김 위원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가 텍사스를 찾은 23일에 ‘오중흡7연대 칭호’를 수여 받은 인민군 제 1973부대를 시찰했다. 이 부대는 1930년대 만주에서 ‘조선 인민혁명군’을 거느리고 유격활동을 할 때 그의 사령부의 본부 중대였고 선동부대였다.

김 위원장은 “이 부대는 당의 선군영도를 언제나 앞장서온 전통있는 부대”라며 “우리 군대는 당의 노선과 정책, 국가의 시책을 받드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에는 ‘노무현’, ‘부시’, ‘고이즈미’라는 이름은 없었다. ‘북한의 1인 지배자’인 그는 부시와 노 대통령이 말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때의 추가적 조치’나 부시와 고이즈미 총리가 밝힌 ‘강한 조치’를 무시 하는 것일까.

노 대통령이 미국 땅을 밟은 날인 11일,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는 김 위원장에 대한 기사를 썼다. 워싱턴 포스트는 스타일 섹션 1면 머리기사와 4면 전면으로 김 위원장의 1인 지배를 특집 기사로 내보냈다. 뉴욕 타임스는 톰 생거기자의 ‘이라크 전쟁 중 김 위원장의 행방을 쫓는 미국의 전술’에 대해 썼다.

워싱턴 포스트는 특집에서 김 위원장을 “1만편 이상의 비디오를 수집한 영화광, 100만명 이상을 기아로 숨지게 하고도 이탈리아 요리사를 데려와 자신의 요리사들에게 피자 학습을 시키는 ‘기근속의 뚱보’”라고 칭하며 “‘친애하는 지도자의 사생활’은 수수께끼에 싸인 연속극”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의 생거 기자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병력을 강화하고, 바그다드 를 폭격 했을 때인 2월 12일에서 4월 3일까지 김 위원장이 공식적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점에 초점을 맞췄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군사력에 두려움을 느꼈을까.

생거 기자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들은 김 위원장의 은둔을 ‘김 위원장과 그의 핵심 인사들이 미국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대북 억지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썼다.

“이라크 전쟁 초기와 말기에 이라크 지도자들이 은신한 곳으로 짐작되는 시설에 대한 공습이 효과가 있었기에 미국은 태평양 주둔군의 재배치 조정에 나섰고 북한 지도부의 거처 등을 포함해 최우선 목표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게 될 것이다”고 미국의 대북한 전략, 전술을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노 대통령은 부시와 회담을 마친 뒤 미국 공영방송인 PBS와의 대담프로(현지시간 15일)에서 ‘북한의 두려움’에 대해 말했다.

“북한이 미국을 두려워 하고 있는 건 사실이고 이라크 전쟁이 미국에 대한 공포감을 증가시켰다고 확신 합니다. 북한은 미국의 엄청난 전쟁능력을 목격했고 그 때문에 그들이 지금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적인 해결로 가는데 있어 이런 두려움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두려움 때문인지 그가 태양절을 기해 평양에 모습을 드러낸 4월 15일 이전에 그는 김형직 군의대학(4월 3일) 등 군부대를 방문했으며 줄곧 ‘친위’, ‘보위’부대를 찾아 선물을 전달했다. 그는 군인 속에서야 두려움을 벗어 날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두려움에 대해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김 위원장에게 충고하고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그를 찾았을 때인 5월 14일에 있은 정담에서다. 박 대표가 김 위원장의 김 총재 초청 방북이 사스 때문에 무기연기 된 것을 아쉬워 하며 북한 문제를 꺼내자 그는 “가서 잔뜩 얘기를 하려했는데…. 앞으로 기회가 있을 것이다”며 대북관을 폈다.

“북한이 체제를 보장해 달라고 하는데 체제보장은 당연히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통일 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평화적으로 공존하다가 민주적으로 통일되기 전 까지는. 그래서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 핵을 가지고 있으면서 (체제보장을)요구하면 누가 들어 주겠나. 지구상에는 이제 공산주의 국가가 북쪽 하나만 남았다.”

김 총재는 박 대표가 중국과 대만의 교류를 예로 들며 “북한이 공산체제 붕괴를 두려워 하?것은 이상하다”고 말한 데 대해 힘주어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세상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폐쇄적인 곳에 앉아서 알려고 노력도 하지않고 자기 고집만 부리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김 총재를 빨리 초청해 ‘세상’을 알아야 한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3-09-30 15:33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