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대통령의 언론관


노무현 대통령이 3월29일 비서실 직원 워크숍에서 소상하게 자신의 언론관을 밝혔다. 짐작했던 대로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인식은 일선 언론인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검증받지 않은 위험한 권력”을 가진 언론인이 된 터라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의 시샘과 박해에서 우리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고,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한 언론과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번 뒤돌아보자. 노 대통령이 말하는 ‘일부 언론’이 처음부터 국민의 정부를 시샘하고 박해했는가. 정권 초기에는 ‘허니문’이 지나쳐 이전 정권에 못지않은 용비어천가를 부르지 않았던가.

그러다 교육정책이 실패로 끝나고, 의약분업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권력 핵심의 부패 사건이 터져 나왔다. 2000년 총선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당연했다. 그건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박해 때문이 아니었다.

국민들이 국민의 정부에 등을 돌린 탓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다면적 민주주의 시대에 시각차는 어느 곳에서도 존재한다. 자신과 다른 노선과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을 시샘이고 박해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노 대통령은 “검증받지 않은 언론권력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언론은 최종소비자인 국민이 감시한다. 속이 시원찮은데 겉포장만 보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없다. 그 동안 수십여종의 신문이 소비자인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폐간됐다. 신문은 하루에 한번씩 국민에게 꼬박꼬박 검증받고 평가받는 셈이다.

“소주 한 잔 먹고 우리 기사 잘 써주면 고맙다”는 언급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모든 기사는 팀장과 담당 차장, 부서장 및 편집국장 등의 이른바 ‘결재라인’을 거쳐야 출고가 가능하다. 미세한 부분은 몰라도 눈에 띄는 기사는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언론사는 군이나 검찰 같은 동일체 조직이 아니다. 조직원들의 토론과 이해 속에 기사가 만들어진다.

정리해보자. 만일 노 정권이 훌륭하게 국정을 운영한다고 하자. 일부 언론이 아무리 이를 감추려 해도 일부 언론이 아닌 다른 언론이 살아 있기에 국민은 진의를 알 수 밖에 없다. 이를 왜곡하고, 박해한 일부 언론은 국민들에게 외면받고 저절로 도태된다. 잘한 것을 잘못했다고 보도하는 언론을 어느 국민이 칭찬하겠는가. 단지 시간 문제일 뿐 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노 대통령이 잘 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게 국민 바램이요 국가 전체의 소망이다. 그래야 지긋지긋한 경제난에서도 벗어나고 낭비적인 정쟁도 사그러들지 않겠는가. 무엇이 두려운가.

염영남기자


입력시간 : 2003-10-01 14:10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