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접으며] 한나라당 대표 후보자 유감


주간한국은 1966호(4월2일자 발매)부터 이번 호까지 6명의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자들과 매주 릴레이 인터뷰를 가졌다.

‘세대교체를 통한 신 정치 구현’을 역설한 강재섭 의원을 시작으로 ‘야당다운 야당’의 김덕룡 의원, ‘보다 강력한 야당’을 주장한 최병렬 의원, ‘디지털 정당 실현’의 김형오 의원, ‘당의 완전 개혁’을 강조한 이재오 의원에 이어 ‘중간층 주도 정당’을 내세운 서청원 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결같이 당의 변화를 주창하며 스스로 적임자임을 내비쳤다. 모두가 입을 맞춘 듯 “이대로는 안되며 당의 개혁만이 총선 승리를 가능케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말은 맞다. 하지만 행동은 좀 다른 것 같다. 시작부터 지구당 위원장 줄세우기라는 구 정치 행태가 벌어지더니 금품살포와 인신공격 등 사라져야 할 선거 추태까지 난무하고 있다. 물론 후보자들은 이런 잡음이 상대 당의 마타도어 이거나 아니면 본인 이외의 다른 후보가 그러는 것 같다고 화살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12ㆍ19 대선이 끝난 지 이제 반년도 채 안됐다. 그간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북핵 위기 및 반미감정 고조와 이라크 전 참전, 내부적으로는 이념충돌에 따른 사회각계의 국론 분열 양상까지 나타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실험적 국가운영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도 있고 개혁과정에 수반되는 필연적 산물로 치부되기도 한다. 문제는 그 와중에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못한 것도, 자신들 말대로 그렇게 불안한 정치인을 청와대로 보낸 것도 다름아닌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충분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당을 가다듬고 재 출발하겠다는 자세도 안 보이고, 분열된 양상을 화합체제로 가꿔 나가겠다는 의지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저 ‘식어빠진 파이조각’에만 관심을 쏟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 결과는 민심이반이다. 한나라당의 심장부 격인 TK지역에서 한 지역신문이 여론조사를 한 결과 내년 총선에서 다른 인물로 교체하겠다는 의견이 69.1%나 나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래도 막상 총선 때는 표가 어디로 가겠느냐”고 애써 자위할 것인가.

6명의 후보자중 단 한명이라도 대선 패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자세, 상대 후보에 대한 보다 정중한 예우, 당의 화합과 단결을 위한 희생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않아 유감천만이다. 이러다간 ‘보수반동’ ‘수구꼴통’이란 비난이 진짜 정설로 굳어질 수도 있다.

염영남기자


입력시간 : 2003-10-01 17:33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