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만천하에 까발려진 국가 정보원


○…노심초사 끝에 나온 노심(盧心)은 노(No)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송금과 150억원 의혹은 법률적으로 별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며 “특검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법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주말 송두환 특검은 “대북송금 성격을 규명하는 데 완벽한 마무리를 하기 위해 수사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송 특검이 대통령 보다 법률적인 식견이 모자라는 것은 아닐텐데….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국가정보원이 완전히 까발려졌다. 대통령이 얼굴이 알려져서는 안 되는 국정원 간부들과 찍은 사진이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에 실린 것. 오마이뉴스가 ‘기사와 함께 쓰려 한다’며 사진을 달라고 했고, 청와대는 그냥 내줬다고 하니, 생각 없기는 둘 모두 오십보백보였던 셈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문제의 사진은 36시간 뒤에 인터넷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쏘아버린 화살. 더 기가 막힌 것은 오마이뉴스의 행태인데, 오마이뉴스는 사진 삭제 후 “’최초’ 좋아하는 청와대, 세계 최초로 스파이대장 22명 얼굴 공개”라며 비판했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다.

○…이승엽은 세계 최연소 300홈런 기록을 세웠고, 교포소녀 위성미는 US 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달성했다. 정치든 경제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지만 그래도 스포츠만은 국민에게 위안거리다.

입력시간 : 2003-10-02 15:5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