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다시 교단에 서는 마광수 교수


마광수(52)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오는 2학기부터 다시 교단에 선다.

시인-소설가-평론가-수필가-화가라는 전인(全人)적 경력의 소유자인 마 교수는 이로써 복직 교수라는 타이틀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됐다. 소설 ‘즐거운 사라’에 대한 법원의 음란성 판결로 보직 해임된 2000년 6월로부터 3년 3개월만의 일이다.

연세대는 8월 29일 “마 교수가 2학기부터 부교수 직책으로 복직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복귀 첫 학기에는 매주 월,목요일마다 전공 과목인 ‘문예사조사’를 강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 교수는 선배와 동료에 의해 재임용 탈락이 결정된 후 사표를 제출했으나, 수리가 보류된 상태였다.

마 교수는 그 동안 별다른 활동은 없이 문화일보에 소설 ‘별 것도 아닌 인생이’를 연재하는 한편 이론서 ‘문학과 성(性)’을 펴내기도 했다. 마 교수는 퇴임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 해 생긴 ‘외상성 우울증’과 함께 지병인 만성 위염으로 고생해 왔다.

자신의 복귀를 앞두고 마 교수는 “아직도 마음은 매우 불편하고, 너무나 조심스럽고,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나의 복귀를 위해 인터넷으로 사이버 시위를 벌이는 등 여러 모로 수고해 준 학생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향후 작품 활동과 관련, 마 교수는 “3년 동안 내면에서 도피처를 찾다 보니 지금보다 더 사변적이고 무거운 작품을 쓸 것 같다”며 소설가로서는 자기 검열이라는 문제가 현재 최대의 걸림돌임을 내비쳤다.

1992년 발표된 ‘즐거운 사라’는 포르노 리얼리즘을 우리 사회가 용인할 것인 지의 문제를 전면 제기한 작품이다. 당시 문단 일각에서는 마 교수를 검찰이 구속하자, ‘프로 야구 경기장에 난데 없이 들어 와 반칙한 선수를 끌고 간 경찰’이라며 검찰을 빗대기도 했다.

검찰의 구속 직후 문인ㆍ출판인 200여명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 “문학의 문제는 문단 내부에서 결정돼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독자의 판단에 맡겨 시간을 거치며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 2003-10-06 11:05


장병욱 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