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청와대 전 국정상황실장

[People] '우광재 낙마'… 신당 융단폭격에 백기
이광재 청와대 전 국정상황실장

‘노무현 사단’은 붕괴되는가. 오늘날의 노무현 대통령이 있기까지 각종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주군’을 받들었던 최측근 인사들이 하나 둘씩 야인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권 출범전 노 대통령의 왼팔이라며 ‘좌(左) 희정’으로 불렸던 안희정 전 민주당 국가연구소 부소장이 청와대에 합류하지 못한 채 나라종금 구설수에 오르면서 최측근 낙마의 먹구름은 노 대통령 주변으로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했다.

노 정권 출범의 1등 공신인 염동연 전 특보는 실제로 나라종금 사건으로 기소되는 신세로 전락했고, 안방을 책임졌던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청주 룸살롱 향응문제로 물러났다. 또 집사격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은 SK 비자금 사태로 퇴진하고, 노 대통령은 책임을 진다며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런 정국 혼란의 와중에 터져 나온 것이 통합신당 천정배 의원의 ‘우(右) 광재’ 권력 및 정보 독점론. 노 대통령의 오른팔을 자임해온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 대한 융단폭격이 신당으로부터 계속되자 이 실장은 18일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면 언제든 물러날 생각이었다”며 “여당 소속인 천 의원이 사퇴를 요구하는데 어떻게 버티겠느냐”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여기에는 썬앤문 그룹에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진상이 밝혀지면 정말 허탈할 것”이라며 의혹 자체를 부인하면서도 “의혹이 나온 것만으로도 대통령을 볼 면목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 실장은 연세대 83학번으로 1987년 수배 중 부산으로 피신했다가 노 대통령을 만나 13대 국회 때부터 줄곧 비서관으로 활동해온 386 측근의 대표적 인물. 사표를 낸 그는 “절대 안 돌아온다. 아름답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주변에 요청했다. 이로써 이 실장은 권력의 핵심에 들어간지 8개월여만에 외곽으로 비켜서는 비운을 맛보게 됐다.

하지만 ‘노 사단’의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닌 것 같다. 벌써부터 신당 관계자들은 청와대 실세 참모들의 추가 퇴진을 거론하고 있다. 문재인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보좌관, 이호철 민정비서관 등도 지금의 ‘아마추어 청와대’를 만든 대표적 인물이므로 이들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염영남기자


입력시간 : 2003-10-22 13:43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