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경련' 이끌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People] "대선자금 덫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
'위기의 전경련' 이끌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산적한 현안들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순탄한 항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를 옥죄는 정치자금 수사, 전경련 회원사간의 반목과 내부갈등, 만연된 반(反) 기업정서, 고개 드는 전경련 해체론 등에 이르기까지. 연말을 앞둔 재계는 마치 엄동설한의 한 가운데에 있듯 잔뜩 몸을 움츠린 상태다. 어느 구석 하나 만만하게 해결될 사안들이 아닌 까닭이다.

수 차례의 고사 끝에 11월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대행을 수락한 강신호(77) 동아제약 회장. 그는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재계에 현안이 산적해서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선 정치 자금 수사의 조기 종결을 요청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직접 만나겠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오죽 다급했으면 검찰총장의 면담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으랴만, 그 역시 능력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터다. 재임 기간중 과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무엇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꼭 만들도록 힘쓰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할 정도다.

2005년 2월 차기 회장 선출 때까지 강 회장이 해결해야 할 현안은 말 그대로 산적해 있다. 먼저, 끝 모를 대선자금 수사의 파장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검찰이 메스를 가할 경우, 자칫 헤어나지 못할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터라 재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그룹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재계의 본산인 전경련이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란 역부족이라는 점은 간과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룹 최고 담당 임원 가운데 일부의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물론, 재무 담당자를 소환하고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등 검찰이 재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터라 그 끝이 어디쯤 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ㆍ재계 관계 복원도 쉽지 않는 과제다. 재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등 정부 주요 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며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관계가 ‘심정적으로’ 복원되기에는 멀었다는 관측이다. 그만큼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불신의 벽은 높다.

또 전경련이 실세 회장 체제의 복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등을 상대로 제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 회장은 특히 재계의 구심점 상실로 불거진 재계간 불협화음을 조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강 회장이 과거 대행 체제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분위기 쇄신을 위한 복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입장이다. 회장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회원사간의 반목과 갈등의 끈을 끊어야 한다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위기의 전경련’을 이끌어갈 재계의 새로운 수장으로 과연 강 회장은 어떤 복안을 내놓을 지가 사뭇 기대된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3-11-20 10:24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