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추다르크의 전진은 계속된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민주당 전당 대회는 한판의 무대였다. 그 주연이 추미애 의원이라는 점에 대해 의의를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비록 승자의 월계관은 조순형 의원에게 돌아갔지만, 관객 동원과 전국적인 흥행이 가능했던 것은 추 의원 때문이다.

원래 시나리오대로 하자면 분당 이후 민주당 중진들은 조순형 대표-추미애 원내 총무라는 투톱 체제를 구상해 놓고 조 대표를 경선 없이 추대됐어야 했다. 그러나 추 의원이 “당당한 경선을 통해 대표를 뽑는 것이 민주당을 살리는 길”이라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각본은 일시에 헝클어졌고, 조순형 의원은 “불안한 무대에는 서지 않겠다”며 버텼다.

무대를 가진 극장주와 주변의 물주들은 추 의원을 설득했지만 고집은 꺾지 못했다. 이어 위기의 민주당을 구할 ‘추다르크’로 무대의 주인공이 반전되면서 민주당 전당 대회는 뜻밖의 대박을 터뜨렸다. 극장주(민주당)에 대해서는 흥행(희망)의 메시지를, 관객(국민)에게는 여장부라는 강인한 이미지를 추 의원이 각인시킨 형국이다.

대구에서 세탁소집 딸로 태어난 추 의원은 사법고시 합격 후 판사를 지내다 95 년 국민회의에 영입돼 정계에 입문하기까지 ‘홀로 당당한’ 길을 걸어왔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15대 총선 때는 당시 김대중 총재가 추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전국구를 배려했지만 추 의원은 “지역구에 나가 싸우겠다”고 나서, 서울 지역구에서 단독으로 당선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 됐다. 그렇게 서막이 열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2월18일 서울 종로 거리유세에서 “참으로 대찬 여자다. 제가 새로운 정치 하지 않고 어물어물하면 제 멱살을 잡고 흔들, 우리 여자 지도자 추미애가 있다”고 말해, 추 의원을 차기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올려 놓기도 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당 대회라는 흥행이 성공한 결과로, 추다르크에 공을 돌리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추 의원은 “국민들은 정치 개혁이 아니라 정치 개벽을 원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소리높이 외쳤다.

내년 총선은 3김(金)이라는 빅브라더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새 정치의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구 질서에 도전하는 정당과 그렇지 못한 정당을 가르는 심판대가 될 것이다.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된 추 다르크. 그의 중단없는 전진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2-03 10:0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