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2004년의 부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2004년 1월 1일의 하루는 올해의 그의 포부를 상징 한다.

멕시코 국경에서 120 여㎞ 떨어진 펠포리스 라는 작은 마을에서 메추라기 사냥에 나선 그는 멕시코계 주인의 아이에게 키스하며 11월 2일에 있을 재선의 첫 선거전에 나섰다.

그는 이날 저녁 식사때 사냥에서 잡은 다섯 마리 메추라기 대신 소고기를 아버지 부시와 함께 먹었다. “워싱턴주에서 발생한 광우병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도록 농림부에 지시했다. 나는 계속해서 소고기를 먹겠다.” “새해의 결심은 무릎에 부담을 주고 살찌게 하는 디저트를 적게 먹고, 잊어버렸던 달리기(running)를 계속 하는 것이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달리기는 미국식 정치용어로는 대선주자로 뛰겠다는 것이요, 디저트를 줄이겠다는 것은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 자신감을 앞세운 오만과 편견이 쌓아온 정치적 탐닉을 회피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부시에게 2004년은 아버지가 놓친 재선을 이루어 미국에서 첫번째 재선된 2세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또한 1월 6일부터 10일 사이 북한에서 벌어지는 핵 과학자, 의회전문위원의 영변 핵시설 방문이 미ㆍ북한 간에 어떤 돌파구를 줄 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포괄적 합의냐,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는 강경책을 쓸 것이냐가 올해의 골치거리다.

부시의 메추라기 사냥의 상징성을 대변하듯이 영국의 BBC와 파이낸셜타임스는 2004년 뉴스를 예측했다. 부시의 재선과 관련해서는 “이라크 문제를 깨끗이 해결한다면 4년을 더 집권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예견했다. 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까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아니오’다. 이라크 수렁에 빠지고 대선을 앞둔 미국에 북한이 호락호락 굴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고 분석 했다.

한국일보 1월 1일자에 워싱턴 특파원 김승일 기자가 파리에서 가진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와의 신년 인터뷰 속에 나오는 부시 재선과 북한 핵 부문은 눈을 번쩍 뜨게 했다. 미국 패권에 반기를 든 ‘행동하는 반골’로 상징되는 그는 부시와 북한 핵문제에 대해 탁월한 분석을 했다. 그는 후세인 체포 후 부시의 재선이 밝아 보인다는 전망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미국 선거는 휘발성의 게임이다. 지난 11월까지 부시에게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던 상황이 다소 호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11개월 동안 부시가 걱정해야 할 세가지 변수가 있다. 이라크에서 무질서가 계속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폭력 사태가 더 심각하게 전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번째는 달러의 심각한 붕괴 사태다. 약한 달러가 수출을 증대하고 제조업에 일자리를 보존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세계 기축통화로써 달러는 세계경제력의 핵심요소다. 오늘날 다른 나라들은 더 이상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울 만큼 미국 채권의 구매에 나서지 않고있다. 이것은 미국정부가 지출을 심각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정치적으로 정부가 힘을 발휘하는데 한계를 갖게 할 것이다. 나는 3개월 후면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 본다. 그 때쯤이면 부시의 재선 전망이 다시 시들어 지기 시작할 지 모른다.”

그는 최근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다량살상무기 포기에 관련해 북한 핵문제를 전망했다. “리비아는 핵무기를 만들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 이란은 핵을 만들만한 국력에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러시아, 이라크의 미군 등 핵강국에 돌려 쌓여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 않을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강국이 북한을 에워싸고 있다. 북한정권은 경제적으로 강력하지도 않다. 그 정권은 권력을 방위하는 유일한 수단은 핵무기라 판단 할 것이다.”

이런 월러스틴의 회의적 시각에 반론이 등장했다. ‘악의 축’제거론의 핵심 세력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정신적 대부인 전 국방정책 자문위원회 의장이었던 리처드 펄. 부시의 스피치라이터로 ‘악의 축’이란 단어를 2002년 연두교서에서 넣은 데이비드 프럼. 두 사람은 1월 1일 ‘악의 종언’이란 책을 내고 핵 보유 국가가 되려는 이란과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북한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핵포기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을 전제로 “쿠바식 무력 봉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시한 3단계 강공책은 1단계는 무력을 이용해 북한과 외부세계를 단절하는 쿠바식 봉쇄, 2단계는 한반도에 공개적인 전쟁 준비를 갖추는 것으로 이를 위해 북한 야포를 피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 세번째는 중국이 북한과 등을 돌리게 하고 김정일을 제거하는 것 등이다.

외국과 전쟁을 일으킨 堅?대통령(윌슨ㆍ루즈벨트ㆍ트루먼ㆍ케네디ㆍ존슨)의 개인적 역사는 불행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전쟁보다는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게 재선에 도움이 된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역사가 가르쳐 준다.

입력시간 : 2004-01-0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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