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1946년생인 노무현 대통령의 2004년은 ‘6’자와의 인연으로 새해를 맞고 보낼 것이다.

1월 2일 그는 차관급 인사 220여명이 참석한 청와대 초청 신년 인사회에서 새해 한해를 점쳤다. “올 4월까지는 많이 시끄러울 것이고 6월 까지도 좀 시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잘 정돈된 가운데 빠른 변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변화 속의 안정을 하반기의 목표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신문11사와 방송 뉴스에 등장한 ‘2003년 신어’에는 ‘6’이 꽤 나온다. 우연인지 국립국어원이 찾아낸 신조어는 작년에 656개였다. 또한 가장 널리 사용된 신조어 중에는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가 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신어 56세를 1년 넘어 대통령이 되어 ‘오륙도’의 ‘도둑’이 됐다. 2008년 대통령직을 마치면 62세로 ‘육이오’의 ‘오적’에 턱걸이하게 된다. 노대통령은 10일에는 청와대 비서실 행정요원 워크숍에서 그가 지향하는 오늘을 바탕한 내일을 이야기 했다.

“노무현이 뭐했냐고 한다면 감히 부조리의 핵심에 들어와 유착(정치, 권력, 언론, 재벌 등의)과 부조리의 핵심적 구조를 해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것을 하자면 저비용 정치를 구현하고 제도화 해야 한다.” “유착 구조의 해체만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 그야말로 엘리트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민주적 권리를 누리고 참여하는 문화가 대중적 토대 위에 섰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 될 수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지도 좋지만 한 사람 보다 열 사람의 아이디어가 좋다는 대목은 성찰적이다고 느껴진다. 그러기 위해서 6월까지 매달 한명씩 아니면 한꺼번에 만나 볼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아이디어맨 여섯명을 천거 해본다.

첫번째가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쓰는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다. 그녀는 12월 26일자 이 신문에 ‘노무현 화법’이란 글을 썼다. 노 대통령을 ‘차원이 다른 인간’, ‘솔직과 강조’의 화법을 쓰는 ‘아는 것을 다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정신과 의사의 애정어린 충고를 수용, 토론과 설득을 선호하는 개인적 성향에 우선해 국정 책임자로써 말을 줄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번째가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 지난해 5월 100년 전 영국이 평가한 한국과 일본의 근대성을 비교한 ‘일그러진 근대’를 책으로 냈다. 박 교수는 12월 28일자 조선일보에 쓴 ‘노무현의 학습 효과’에서 역사학자답게 우리 현대사에 등장한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를 간결히 정리 한 후 그에게 권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민주화 세력의 적자가 아니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해온 사람들이 볼 때 노대통령은 자신들이 이룬 것을 한 순간에 낚아 간 사람일 뿐이다. 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역사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역사에서 진정한 승자는 묵묵히, 조용히 신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지탱해 나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세번째가 8일 ‘맑은 정치 여성 네트워크’가 당선운동 대상으로 뽑은 한국일보 전 사장인 장명수 칼럼니스트. 그녀는 12월 28일자 한국일보에 ‘2003년, 짓밟힌 꿈’이란 칼럼에서 정치경력과 교육배경, 언행까지도 ‘주류’가 아닌 노 후보를 찍었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비참함을 썼다. “2003년 새 정부 출범 계기로 정치 개혁을 갈망했던 국민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주류’에 대한 지겨움으로 ‘비주류’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던 유권자들의 기대는 또 다른 지겨움으로 바뀌고 있다.”

네번째인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국제정치학을 가르치는 하영선 교수는 12월 31일자 중앙일보 시평에서 “2003년 한반도는 답답하다”고 썼다. 하 교수는 “2003년의 새 정부는 21세기 새로운 역사의 코드 읽기에 실패하고 있다. 19세기의 자강(自强)과 균세(均勢), 20세기 탈권위주의와 탈냉전이라는 구시대의 연기로 21세기의 새로운 무대에 서려는 용기를 보여 주고 있다. 새로운 역사의 코드에 맞지않는 연극이 국내외 관객을 잃는 것은 시간 문제다.”고 썼다.

다섯번째 천거인사인 동아일보 최규철 논설주간은 12월 31일자 칼럼 ‘노 대통령의 2004년’에서 경고 하고 있다. “새해로 넘어온 많은 난제의 본질적 이유는 신뢰에 있다. 측근비리 사건으로 인한 도덕적 치명상 말고도 대통령은 신뢰를 너무 잃었다. 믿음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의 새해는 대단히 엄혹할 것이다. 이 판국에 총선은 탈출구가 아니다. 오히려 폭발을 앞당기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런 다섯분의 권고, 충고, 예견, 麗諮?대해 여섯번째 인사인 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정윤재 교수는 모든 것을 정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 교수는 10여년간 여러 곳에서 썼던 논문, 에세이 등을 정리해 지난해 9월 ‘정치리더십과 한국 민주주의”라는 책을 썼다. 10여년간 연구했던 역대 대통령 역사에서 바람직한 ‘우리 대통령’상을 찾아 낸 것이다.

“아이과 함께 대통령 동상이 있는 공원을 거닐며 시련 속에서도 경제 번영과 민주주의를 일궈낸 우리의 역사를 도란도란 얘기 할 수 있고, 저녁시간에 뉴스를 보다가 대통령이 화면에 나왔을 때 자식들에게 ‘대통령 나오셨다’고 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줄” 그런 대통령이 정 교수가 찾아낸 ‘우리 대통령’이었다.

입력시간 : 2004-01-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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