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경무관 김인옥 방배경찰서장

[피플] 경찰의 '별'로 뜬 '포순이 큰누나'
첫 여성 경무관 김인옥 방배경찰서장

진정한 여성 1호. 그녀에게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경찰의 ‘별’로 꼽히는 경무관 자리에 여성으로는 사상 처음 승진한 김인옥(52) 서울 방배경찰서 서장.

첫 소감은 짧았지만 당찼다. “이제 여경들도 경찰 요직에 더욱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피력이었다. “보수적인 경찰 조직 내에서 남자 동료들과 경쟁하기 위해 몇 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대목에서는 지난 세월의 두께가 그대로 읽힌다.

그가 경찰의 길로 뛰어든 것은 부산 동아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2년. 교내에 붙어 있던 포스터를 보고 순경 여성 공채 1호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남 김해 출신의 김 서장은 1950년대 지리산 공비 토벌 책임자였던 김호연(89년 작고)씨의 5남매 중 장녀인 그는 전형적 경찰 집안 출신. 30년 동안 줄곧 경찰 일에만 푹 빠져 살다 보니 결혼할 남자를 만날 새가 없었을 정도.

순경 공채로 서울 용산서 경무과에서 경찰 제복을 처음으로 입은 김 서장은 이후 경사 때까지 형사, 정보, 수사, 보안, 경무 분야 등을 두루 거치면서 자질을 닦았다. 순경 발령을 받고 당시 서울역 주변의 윤락 여성들을 대상으로 본격 상담 활동을 펼친 것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여성들을 돌봐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였다.

1999년 3월 총경으로 승진한 뒤, 의령 경찰서장과 양평 경찰서장으로 재임하고는 관내 티켓다방을 일소했지만 항상 김강자 전 총경의 그늘에 가려 ‘여성 2호’로 만족해야 했다. 의령서장 때는 4만5,000 군민 중 김 서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로 뛰는 서장이었다. 청소년 분야에만 17년간 근무한 그는 “경무관이 되면 정보나 경무 분야에서 활약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 여경들이 경찰 조직내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선례를 마련하겠다는 다짐이다.

환경과 사회복지 분야 또한 김 서장의 주요 관심사. 양평 경찰서장 시절, 수도권 상수원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에 경찰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환경 경찰’이란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환경 파수꾼’으로서 경찰상을 확립한다는 과제가 당시 수립된 것. 제복을 벗은 후에는 경찰 동료들의 복지를 위해 시설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8월부터는 동국대 행정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 관련 지식을 쌓을 계획이다.

부하 직원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는 김 서장이지만 일에 관해서는 엄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지난해 강력사범 소탕 100일 작전 당시,강남권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추진력으로 깊은 인상을 심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4-01-14 14:17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