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올인 정치'와 민심


‘ 올 인(All-In)’, 단 한판에 모든 판돈을 다 걸고 승부 한다는 카드 게임 용어다. 한칼에 모든 것을 결정짓겠다는 의미다. 새해를 전후한 정치권에 ‘ 올 인 게임’이라는 전운이 가득하다. 4·15 총선을 향해 각 당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면서 전부를 거는 올인 베팅식 정치의 양상이 그칠 줄 모른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꺼낸 대구 출마 선언은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구하기 위한, 대표적인 ‘올 인 카드’다. 조 대표에 이어 김경제 상임위원이 서울 출마를 전제로 지역(전남 순천) 포기를 선언하더니, 한화갑 전 대표도 수도권 출마를 굳히는 등 민주당은 ‘올 인’ 베팅에 나서고 있다.

여당판 ‘올 인 카드’까지 겹쳐 점입가경의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동영 의장이 호남을 포기하고 서울 종로에 출마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강금실 법무장관까지 서울 강남지역에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과 장ㆍ차관 중 상당수는 이미 총선을 위한 베팅 대상에 올라 있어 차출 시기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이렇듯 관성의 가속이 붙고 있는 ‘올인 게임’에 한나라당도 예외가 아니다. 최병렬 대표는 부산 출마나 비례대표 하위 순번 배치, 또는 총선 불출마를 통한 혁명적 공천 압박을 받고 있고, 지역 중진 의원들은 물갈이 소용돌이에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당의 ‘올 인 게임’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할 ‘민심(民心)’에 착근하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일부 신선한 충격을 준 카드도 있지만 민심보다 오직 ‘승부’를 향해 풀 베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솔직한 심정이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이들 정치권은 섬뜩할 정도의 냉소와 불신으로만 불거졌다. 대선 자금 수사에서 나타난 ‘돈정치’에 대한 분노와 비도덕적 행태에 대한 환멸에서는 지역의 차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한자 ‘민(民)’의 음은 본디 ‘하늘’을 뜻하는 ‘민(旻)’에서 유래됐다는 해석이 있다.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인 셈이다. 공자 천명편(天命篇)에 ‘하늘에 순응하는 자(順天者)는 흥하고, 거역하는 자(逆天者)는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늘, 곧 민심에 순응하는 자는 흥하고 역행하는 자는 망한다는 뜻이다. 4월 총선은 민심이 ‘올 인 게임’에서의 대박과 쪽박을 결정할 제로섬의 현장이 될 것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1-29 13:53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