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

[People] '무비코리아' 성가 드높인 파격의 달인
김기덕 감독,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

‘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 그가 이번에는 세계 영화제에서 정상에 올라, 탈 ‘아웃 사이더’를 만방에 선언했다. 김 감독은 영화 ‘사마리아(국내 3월 12일 개봉)’로 제 5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김 감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사랑 받는 영화인으로 꼽힌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2000년 ‘섬’, 그 이듬해 ‘수취인 불명’ 등이 베니스 영화제에, 2002년 ‘나쁜 남자’가 베를린 영화제에 각각 진출했고 그 해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영화제는 당시 데뷔 6년차인 김감독의 회고전까지 마련할 만큼 유럽에서의 ‘김기덕 열풍’은 우리 극장가를 무색케 했다.

영화 ‘사마리아’는 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원조 교제를 시작하는 두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제작비 5억원을 투입, 11일간 15회 촬영한 초저예산 영화. 따라서 이 같은 영화로 쟁쟁한 세계적 감독의 작품을 물리치고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김 감독 개인적으로도 뜻 깊지만, 저 예산 환경에서 몸부림치는 우리 영화계에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는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늘 그렇듯 김기덕 영화에 대한 평가는 판이하게 둘로 갈린다. 원조 교제 여고생이 섹스를 통해 남자들을 정화한다는 파격적인 구성, 경찰인 아버지의 처절한 사적 복수가 과연 어떻게 구원 혹은 화해와 연결될 지 난해하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비판적 반응이다. 도덕률을 넘어선 영화적 도발이 이색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현지서 발행되는 한 신문이 별 한 개(5개 만점)를 주었을 만큼 반응이 엇갈린다. 김 감독의 수상을 발표한 자리에서 함성과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온 것도 이 같은 엇갈린 평가 때문이다. ‘김기덕 마니아’와 ‘안티 김기덕’이 공존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평범하고 표준에 따르는 영화보다는 독자적인 철학을 유지한 작업 방식을 심사위원단이 높이 사 준 것에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피력했다. 충격적인 영상과 ‘상식’의 잣대로는 이해되지 않는 영화 구성의 설정으로 영화제마다 화제를 몰아가고 있는 그의 존재는 관객 1,000만 명 시대를 돌파한 한국 영화계에 ‘김기덕 식 영화 만들기‘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일궈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4-02-17 14:35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