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노 대통령의 언론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두 차례 특별대담을 읽고 들었다.

노 대통령은 2월 14일 중앙일보 발행인이며 세계신문협회장인 홍석현 회장과 2시간15분동안 대담했다. 이어 도올 김용옥 교수와 KBS를 통해 70여분간 대담했다. 중앙일보는 사설(2월16일자)에서 노 대통령이 홍 발행인과 가진 대담에 대해 “상식적이고 온건하고 합리적이었다”고 썼다. KBS는 20일 하오 5시 뉴스에서 “대담은 공격적 질문에 대통령의 적극적 답변이 이어지는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 되었다”고 했다. ‘뉴스 9’에서는 “두 사람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 되었다”고도 했다.

중앙일보의 ‘특별대담’ 보도 이후, KBS의 ‘특별방영’이 있기 전인 18일에 언론 인권센터는 ‘참여정부 1년의 언론정책 평가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홍 발행인과의 대화를 인용하며 “노 대통령이 뒤늦게 나마 언론과의 관계를 적대관계가 아닌 국정의 동반자로서 협력관계에 있음을 인식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고 했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양문석 정책위원은 ‘다행스런 일’을 ‘변절’이라 표현했다. “애초 수구언론과의 비타협적 투쟁을 약속한 노무현 정권에게 이제는 투쟁과 긴장도 없는 변질된 언론관만 남았다.” “노무현 정권의 집권 자체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 하지만 지난 1년간 진정한 언론개혁 정책은 없었다. 의지는 없고 시늉만 내며 시민사회를 속인 ‘양치기 노인’”이라고 혹평했다.

중앙일보, KBS의 대담에서 밝힌 노 대통령의 지난 1년간의 언론에 대한 정책, 감정, 앞으로의 관계 변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정말로 ‘양치기 소년’이던 노 대통령이 ‘양치기 노인’으로 변한 것일까? 그 해답을 두 대담에서 피력한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감상(感想)과 감상(感傷)에서 찾아본다.

▲홍 회장=일부 신문까지 포함해 좀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좋겠다. (웃음) 세계신문협회 회장으로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신문에 관한한 최고 선진국은 북유럽이다. 노르웨이ㆍ핀란드ㆍ스웨덴ㆍ덴마크 등은 IT강국이기도 하지만 신문 구독률이 매우 높아 90%가 넘는다. 영국ㆍ독일이 80%대, 일본이 78%, 미국은 65%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 66~67%였지만 최근 45%까지 떨어졌다. 신문을 많이 읽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신문 구독률이 내려가는 것이 인터넷 미디어 때문만은 아니고 신문 자체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신문을 이렇게 읽지 않아서는 선진국으로 가기 힘들다. 읽는 문화 확산에 대통령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줬으면 한다.

▲노 대통령=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데 동의 한다. 언론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많은 문제 제기가 있고 내가 언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것과 별개로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적 대응도 솔직히 많이 있었다. 한 발 더 나가면 나를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할 현실적 여건이 분명히 있었다. 다른 사람은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견해,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과 현실적 필요가 뒤엉켜 때로는 대언론정책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 결과로 뭔가 불안한 이미지를 국민에게 남긴 것은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KBS와의 대담에서도 개인적인 감상(感傷)에 대해 말했지만 언론에 대한 감상(感想)은 여전 했다.

▲김 교수=언론이란 게 사실 문제거든요. 이제 1년도 되고 그랬으니까 언론과도 친화적으로 뭔가 포용적으로 나가야 될 것 아니냐, 뭐 이렇게 KBS에서 질문서를 써줬는데 저는 그런 질문을 하고 싶지 않거든요. 언론이 잘못된 것이 있으면 정말 고쳐야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노 대통령=크게 보아서 우리 한국의 언론이 전반적으로 가지고있는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진실과 사실에 치열하지 않고 공정한 평가에 대한 책임감이 조금은 부족한 것 같다, 등등. 이건 전반적인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 우리사회가 권력이나 끗발을 가지면 조금씩 나쁜 버릇이 생기는데 의례적으로 그런 경향도 있었습니다. 일부 소수 언론은 특수한 과거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기득권을 쌓고 또 그 기득권적 질서를 그대로 관찰해 나가고자 하는, 시대 역행적인 경향이 있거든요.

특권과 반칙, 야합 이런 것으로 거래되고 해서는 미래가 없지 않습니까? 거기에 익숙해 있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바뀌어 가고 있는데 끝까지 안 바뀌는데, 정치하는 사람들도 그 중 한가지이고 언론사도 그런 기초 위에 서 있습니다. 그냥 자기들끼리 그러면 좋겠는데 저도 못살게 하니깐 저도 자구적인 방어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언론 일반을 개혁하러 했다기보다는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방어 했을 뿐입니다.

길게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그의 입을 통해 돌아본 것은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위원의 ‘양치기 노인’, ‘변절’이란 발언이 준 충격 때문이다. 한국신문협회, 편집인협회, 기자협회는 48회 신문의 날 표어를 일반에게 공모했다. 노 대통령도 시민으로 응모했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4-02-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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