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 논란 속 盧정부에 둥지

[People] 박선숙 신임 환경부 차관
'김심' 논란 속 盧정부에 둥지

4ㆍ15 총선을 앞두고 ‘김심(金心)’을 겨냥한 것인가.

우리나라 첫 청와대 여성 대변인으로, 국민의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이었던 박선숙(44) 전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이 2월26일 환경부 차관에 발탁됐다. 임명 발표 1주일 전, 청와대로부터 차관직을 제의받았다는 보도가 나간 후 발표가 늦어지자 그녀의 기용이 철회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녀의 발탁이 DJ 지지세력에 대한 참여정부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박 신임 차관은 재야시절 김근태 열린 우리당 원내대표, 정치권에서는 구속중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인연을 맺고 정치에 입문한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김 전 대통령의 퇴임 후 1주일에 한번씩 동교동을 방문해 ‘영원한 DJ사람’으로 불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이 치열한 영입경쟁을 벌인 것도 그때문이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박 전 수석은 시민단체와 정당 활동, 청와대 근무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현실에 입각한 균형 감각을 갖추고 있어 관련기관과의 업무 조정 및 협의가 특히 많은 환경부 업무를 무난히 수행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의 직접적인 발탁 배경에는 최근 우리당에 입당한 전 여성 환경부 장관 김명자ㆍ한명숙씨와 국민회의 당시부터 가까웠던 정동영 우리당 의장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신임 차관은 ‘김 전 대통령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언급하기 적합하지 않고 할 말이 없다”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박 차관이 전국구 의석 보장을 조건으로 입당을 제의한 우리당이나 민주당의 끈질긴 요청을 물리치고 정치적 중립이 가능한 환경부 차관직을 받아들인 것은 ‘김심’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스스로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박 차관은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이고 (임명을 둘러싸고) 해석도 분분해서 심려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사람으로 평가받으면 된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 사람’이라는 평가보다는 ‘사람 그 자체’로 평가 받으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심’ 논란에 휩싸이며 첫 여성 차관으로 입각한 박선숙 전 공보수석이 현안이 산적한 환경부에서 ‘입’이 아닌, ‘행정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4-03-02 21:17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