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와 두번째 법정대결, 악연? 인연?

[People]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 주선회 재판관
盧와 두번째 법정대결, 악연? 인연?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은 9명의 헌법재판관에 달렸다.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이는 탄핵심판 사건 주심인 주선회 재판관(58·사시10회)이다. 역사적인 심판을 맡았다는 것 외에도 노 대통령과는 2대에 걸친 ‘기연’이 있다.

첫 인연은 1987년. 부산지검 공안부장이었던 주 재판관은 당시 인권변호사였던 노 대통령을 구속시킨 것이다. 시위 현장마다 모습을 나타났던 노무현 변호사는 공안검사들에겐 눈엣가시였고, 반드시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주 재판관이 직접 나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 해 9월 대우근로자 이석규씨 사망 사건에 개입한 노 변호사에게 제3자 개입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노 변호사는 구속 21일만에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지만 그 해 11월 변호사 자격을 정지당했다.

주목되는 것은 노 변호사가 구속됐을 때 대규모 변호인단을 이끌고 무료 변론을 했던 하경철(65) 전 헌법재판관이 이번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노 대통령측 변호인단으로 참여해 ‘노무현 구하기’에 나선 점이다.

노 대통령과 주 재판관은 또 지난해 11월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발언과 관련해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으로 두번째 인연이 맺어졌다. 헌재는 당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재신임 방법과 시기에 대한 구상을 밝힌 것으로 정치적 준비 행위 내지 계획의 표명에 불과하므로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며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때 주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 5명 중 한사람이었다.

노 변호사를 구속한지 17년 만에 또다시 그의 운명을 가름하는 주심 재판관을 맡은 주 재판관은 “주심은 여러 가지 보고를 담당하는 등 절차적 업무를 맡을 뿐 실제 평결은 9인의 합의로 결정되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의미 부여에 손사레를 쳤다. 주 재판관은 노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지난 이야기”라며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는 기관”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주 재판관의 측근들에 따르면 주 재판관이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은 뒤부터 노 대통령과의 악연을 의식한 탓인지, 신경을 쓰는 듯하단다. 밤잠을 못 이루는 이가 어디 주 재판관 뿐이겠는가.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3-23 20:1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