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딕 체니와 칼머스 존스


지난호 칼럼에 등장한 딕 체니 미 부통령은 최근 무척 착잡할 것이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담 후세인 동상의 목이 떨어졌던 작년 4월11일 이후, ‘체니의 전쟁’으로 불리는 등 주목을 받았으나 바그다드 점령 1년을 즈음해 발생한 이슬람 시아파와의 내전 때문에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그는 이라크와 2차 걸프전을 벌인 주역이다. ‘벌컨의 성장-부시 전시 내각의 역사’를 쓴 LA타임스 칼럼리스트 제임스 만은 체니에 대해 “포드 전 대통령 백악관 비서실장 시절 대통령 식당의 소금 그릇 구멍 뚫기에서 대통령 집안 수도관 수리까지 스스로 처리한 매우 ‘치밀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백악관을 떠나 78년 와이오밍주 하원의원으로 다시 워싱턴에 와, 부시 전 대통령 때 국방장관으로 발탁돼 1차 걸프전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그는 중도 보수의 실용주의자였다. 부시 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으로 당선되고, 9ㆍ11뉴욕테러, 2차 걸프전을 치른 지난 1년간은 ‘미국 역사상 가장 권력을 많이 행사한 부통령’(제임스 만) 이었다.

이라크 정세가 혼돈상태에 빠져들면서 체니 부통령에 대한 관심은 식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북한은 그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중앙통신은 최근 체니 부통령의 동아시아 주요 동맹국 순방을 “핵 전쟁을 일으키려는, 사전 공격으로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아가기”라고 엉뚱한(?) 관심을 보였다.

체니는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과 일본인 납치로 충격을 안겨준 바그다드 점령 1주년 평가에 대해 소신을 펼쳤다. “이라크에서 우리의 의지가 시험 받고 있다. 우리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곧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우리 자신의 안보, 그 지역에 있는 동맹국들의 안보는 우리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그의 이런 소신은 9ㆍ11 테러, 이라크 공격 명령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2001년 9월 11일 국무부 회의실에서는 국제교육센터 초청으로 방미 중인 중국 지방 TV방송기자 14명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세계무역센터로 비행기가 돌진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중 몇 명은 웃거나 갈채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자 지난호에 쓴 ‘6인의 벌컨’ 중 이름이 빠진 해군장교 출신인 리차드 마이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단호히 지시했다.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 지금 당장. 다음 비행기편으로 가게 하라.”

국무부는 그러나 문제의 중국 언론인들이 추방된 것이냐는 질문에 “일정이 단축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임스 만은 부시 정부내 ‘벌컨’들의 이런 태도가 미국의 대외 군사 정책을 다루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벌컨’ 중의 ‘벌컨’인 체니는 동아시아 3국 순방에서 어떤 의지를 표현할까, 아니면 해서는 안될까? 그 해답을 1월13일 ‘제국의 슬픔-군국주의, 비밀, 공화국의 종말’이란 책을 낸 찰머스 존슨(73)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 명예교수에게서 찾아보려고 한다. 존슨은 1953년 해군 수륙상륙함 작전 장교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일본에서 제대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동아시아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61~88년 지역정치 강의를 했다.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과 일본의 경제개혁, 세계 시민들의 저항에 관한 책을 12권이나 내기도 했다. 그 중 ‘일본통산성’이란 책은 관료제의 자율성과 경제개발과정상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 ‘발전 국가 모델’의 고전이 됐다.

그의 ‘제국의 슬픔’에는 “미국인만 빼놓고 다 아는 ‘미국은 제국이다’는 현실을 국민들에게 적확하게 알리는 여러 사건, 역사, 비평이 들어 있다.

그는 또 한국의 분단 역사와 남북의 현실에 해박하다. 체니 부통령 등 ‘벌컨’들에게 각종 증거를 대며 “‘군산(군산)복합체’인 대기업의 이익 대변자들이며 군사력을 기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제국에서 ‘로마판 집정관’들이다”고 혹평했다.

그는 분개했다. 취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뒤 노벨 평화상을 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면전 박대한 사건에 대해서다. 그는 1971년 중국과 국교수립으로 세계에 평화 이미지를 새긴 닉슨 전대통령과 같은 김 전 대통령을 그렇게 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그 같은 태도가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이라크 공격을 앞둔 미국을 향해 ‘핵개발 하겠다’는 벼랑끝 외교를 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핵무기가 있더라도 북한과는 미국 편에서 전쟁을 않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에 또 한번 찬물을 끼얹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존슨은 또 주한 미군기지는 총 100여개(전 세계 725개)이며 용산 기지의 드래곤 힐은 전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한 점령지며 ‘식민 전초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장한다. “미 제국은 변덕스럽고, 모질고, 위험한 동맹관계를 가지려 한다. 빨리 군사주의에서 의회주의로 가야 한다”고. 체니 부통령은 15일 한국에 오기 전 ‘제국의 슬픔’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입력시간 : 2004-04-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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