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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성장우선과 개혁필요성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기각 결정이 내린 5월 14일 주식 시장.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금융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그러나 보기 좋게 무너져 내렸다.

주가는 전날보다 21.67포인트 추락, 이틀째 폭락세를 거듭했고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 시장 불안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지난 3주간 주식 시장은 수년내에는 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요. IT버블이 붕괴하던 2000년 초반에나 볼 수 있었던 폭과 속도입니다.” 증권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 뱉었다. 마치 또 다른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밀려오고 있음을 의식이라도 한 듯.

노 대통령의 복귀 제일성은 경제 위기 인식이었다. 그는 5월 15일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 “ 여러 어려움이 중첩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감당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위기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 지난 2개월간 경제 상황을 꼼꼼히 점검해 본 결과, 우려되는 징후를 과장되게 인식하고 과잉 반응을 하게 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를 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점에서 비관적인 전망을 확산시켜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를 확대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나 우리 경제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장과 기업 등 현장과 위기 정도에 대한 커다란 인식차를 드러내는 한편, 음모론(?)적 술수라는 인식도 감지되는 대목이었다. 이어 “ 경제라는 말 한 마디가 장기적 발전의 올바른 개혁의 목소리를 저지하는 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되며 당장의 경제 문제가 모든 걸 덮어 버려도 안 되고 어려울 때 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 성장 속의 개혁론’이 강조됐다. 그 동안 성장 우선론과 개혁 필요성간의 갈등으로 갈피를 잡지 못했던 기업ㆍ재벌 정책이 참여 정부 2기를 맞아 ‘개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것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의 이 같은 복귀 일성에, 재계는 우려감 섞인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영권 방어와 투자 활성화 등을 이유로 출자 총액 제한 제도와 함께 계열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도 완화해 줄 것을 주장하는 재계를 겨냥한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 위기에 대한 인식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과장의 여부를 두고 문제 삼는 것은 책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며 “ 시장과 기업 등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큰 위기로 보고 있는데…”라고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유가 인상과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각종 악재가 산적해 있고 심각한 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과연 개혁 정책들이 의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 생명이 위급한 환자는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우선 살려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시 경제 살리기와 개혁이 동시에 강조되면서, 정책적 불확실성만을 가중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5월 21일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 총수를 포함한 최고 경영자와의 회동에 이어 중소기업 CEO 등을 잇따라 만나는 일정을 추진 중에 있다. 위기 인식과 해법에 대한 양측의 괴리감을 과연 어느 정도 좁혀,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가 주목된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5-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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