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그들만의 봄


6ㆍ5 재보선이 끝났다. 4ㆍ15 총선이 끝난 뒤 50여일 만에 민심은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4월의 환희에 들떠 있던 열린우리당은 참패했고, 당 간판을 내려할 상황까지 몰렸던 민주당은 기사회생했다. 한나라당은 4월의 충격에서 벗어나 완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정치권의 환희와 비통 어디에도 국민은 보이지 않았다. 투표율이 30%에도 못 미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은 한나라당이 잘 해서 승리를 안겨준 것이 아니다. 여당의 오만과 과욕, 한없는 가벼움을 질타한 결과일 뿐이다. 4ㆍ15 총선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넘는 대승을 거둔 것은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탄핵 폭풍이라는 야당의 자충수 덕이었다.

4ㆍ15 총선과 6ㆍ5 재보선에서 승자는 과실만 탐했고, 패자는 울분만 토로했다. 승자와 패자를 가른 국민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느 쪽도 눈 여겨 보려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공치사의 ‘국민’으로 남발됐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대통령을 만든 국민은 그 대통령으로부터 외면 당했다. 두 번씩이나 ‘재신임카드’에 협박당했고, 탄핵 활극에 가슴 졸이며 지켜 봐야 했다. 봄 산행에 나선 그 대통령은 두번의 봄(탄핵 기각, 총선 승리)을 맞아야 진정한 봄을 만끽할 수 있다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읊조렸고 국민은 촛불로, 투표로 두개의 봄을 저울질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봄볕에 취한 대통령은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했고, 볼썽 사나운 감투 싸움과 영토 확장에 힘을 쏟으니 춘기탱천(春氣撑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에게 총선은 공수표였다.

두 번의 선거를 통해 봄을 얻은 당이, 또 봄을 잃은 당이 있지만 결국 ‘그들만의 봄’일 뿐이다. 언제쯤 국민에게 진정한 봄이 올런지.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닌 형국,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말았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6-08 14:1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