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외교부 명예회복의 방법


‘외교부는 범죄자?’

고 김선일 씨 피살 사건과 관련, 연일 외교부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의식한 듯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 우리가 범죄자냐”며 마침내 참았던 분통을 터트렸다. 27일 일요일 오전, 반 장관이 휴일을 반납하고 언론사 부장단을 초청한 가운데 열린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반 장관은 이 자리에서 “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 하지만 국민들도 감정 풀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외교부가 거짓말쟁이가 돼 버리고…나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질타도 덧붙였다.

사실 지난 5월 31일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됐던 김선일 씨가 22일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자, 성난 여론은 외교부를 비롯한 당국의 무능을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특히 AP통신의 김선일 씨 피랍 관련 문의를 외교통상부가 묵살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게 확산되는 조짐이다. 심지어 AP통신의 전화를 받은 외교부 직원이 당초 알려진 2명이 아니라 모두 5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부에서는 조직적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부터 이 사건의 현장 조사에 나선 감사원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교부가 아직도 뭔가 진실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 (외교부 자체조사 발표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 외교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 고강도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선 의혹만 무성할 뿐,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 단지 분노한 여론과 외교부의 격앙된 감정적 대립만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 물론 이는 외교부 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국정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등 책임의 소지를 가리는 공방은 확산될 전망이다.

의혹을 푸는 데 있어, 자칫 엉뚱한 의문의 불똥이 튀는 경우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분명한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는 데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이다. 반 장관은 지난 23일 김씨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 아드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답변을 남긴 바 있다.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약속이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7-01 13:39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