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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졸속 행정의 종합판


지난 2~3일 이틀 동안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접속량 폭주했다. 대중 교통 체계 개편 문제와 관련된 관심 때문이었다. 특히 “이명박 시장의 취임 두 돌을 맞이해 대대적으로 개편한 교통정책에 대해 시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설문 조사에는 모두 4,000여명이 참가하는 이례적 반응을 보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개편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불거졌다. 이 설문 조사는 한마디로 ‘가짜’였다. 서울시 홈페이지가 해킹 당해 허위 설문 조사가 수 시간 게재되는 해프닝이 빚어진 것이었다. 언뜻 보면 진짜로 오인할 수 있지만, 문항 응답을 위한 선택 답변 중에 “뭡니까 이게? 명바기 나빠요” 등 서울시장을 조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의도를 짐작케 한다.

졸속 행정에 따른 시민들의 강한 불만이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 7월 1일 교통 개편 이후 출퇴근길이 고행길이 되면서 “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식의 비판이 서울시 홈페이지에 잇달았음은 물론이다. ‘아침에 출근하다 점심 드실 일 있을지 모르니 도시락 준비하고, 부모님께 안부 전화는 꼭 하자.’한 시민이 서울시 게시판에 올린 글이 그냥 웃자고 해본 소리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정책이든 시행 초기에는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일반론으로 위안을 삼을 일이 못 된다. 입이 백 개라도 서울시는 할 말이 없다. 예를 들어 버스 대수와 평균 승차 인원조차 검토되지 않은 중앙 버스전용차로제 시행안이 바로 ‘ 탁상 행정’이 아니냐는 데 반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기초부터 안돼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대응이랍시고 내놓은 것은 한술 더 뜬다. 시행 첫날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시간이 가면 안정될 것이다”는 것. 그러다 반대 여론에 못 이겨 4일 저녁 7시 종합적인 개선책을 다시 마련해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기권을 발행해 요금 인상폭을 내린다, 장거리 지선버스를 중앙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해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단말기의 오작동시 환불토록 한다는 등이 그 골자. 그러나 ‘종합’이란 말이 무색했다.

앞의 버스가 서면 뒤따라가는 버스도 서야 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 설계상의 잘못으로 버스 정류장이 교차로에 너무 가깝게 설치된 문제 등 시민의 불만 사항들은 고려하지 않은 ‘ 특수’ 대책이었다. 시장 등의 머리를 조아리게 한 ‘ 졸속 멍에’라는 눈덩이는 어디까지 굴러갈 것인가. 아니 잠깐, 그 사람들은 모두 자가용족이라고?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7-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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