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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세기의 재판’ 험로 예고한 독재자
법정에 선 후세인 도도한 항변, 이라크인들도 복잡한 속내

“범죄자는 내가 아니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1일 이라크 바그다드 미군기지 캠프 빅토리에 마련된 임시 법정에 나온 후세인 전 대통령은 재판부와 미국에 대해 분노와 경멸을 드러냈다. 언론에 의해 ‘세기의 재판’으로 명명된 이날 재판은 후세인의 모든 혐의 부인으로 이라크전의 국제법적 의미와 사형을 종착점으로 하는 재판의 법 절차 문제 등에 관한 국제적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는 이 재판에 대해 미묘하게 반응, 미국과 임시정부가 의도하지 않는 정치적 결과에 직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임시 법정에 나온 후세인은 무척 수척했고, 입정 직후 눈길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등 불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감을 찾았고, 급기야 재판부와 미국에 대해 분노와 경멸을 드러냈다. 그는 신분을 확인하는 판사에게 “나는 사담 후세인이고, 현직 이라크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은 범죄자 부시가 선거를 위해 만든 극장식 코미디 쇼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며 전쟁을 통해 자신을 축출한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인 1990년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이라크 여자를 매춘부로 팔아 넘기려는 미친개(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를 보호한 것”이라고 항변하다가 거친 말을 쓰지 말도록 주의를 받았다. 88년 쿠르드족 학살에 대해서는 “TV를 보고 알았다”며 오리발을 내민 뒤 “내 혐의가 대통령으로서 행한 사실이기 때문에 대통령 직위를 빼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변호사 선임 여력을 질문 받고는 “미국에 따르면 나는 스위스 은행에 수백만 달러를 갖고 있는 데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재판을 지켜본 이라크인들은 호기심, 환호, 향수 등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바그다드의 한 요리사는 “그는 여전히 우리의 대통령이고 재판을 준비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반역자”라며 격하게 반응했다.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에서는 ‘후세인 대통령’을 연호하는 주민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미국은 재판 후 후세인의 발언을 무시했다.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후세인은 무슨 말이든 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라크인에 의해 독재자의 단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입력시간 : 2004-07-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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