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이단아의 화려한 만개

[People] 김기덕 감독,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
영화계 이단아의 화려한 만개

‘아웃사이더의 수호자’ 김기덕(44) 감독이 11일 막을 내린 제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빈 집’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 2월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한 그는 한 해 열린 세계 3대 국제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중 두 곳에서 감독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세계 3대 영화제가 경쟁 부문에 같은 영화를 초청하지 않고 한 감독이 몇 달만에 신작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른 작품으로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다는 것은 김기덕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라는 게 영화계의 평이다. 1996년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만 8년 동안 11편의 영화를 만든 다작 감독이면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 손꼽혀 왔다.

또한 김 감독의 수상으로 한국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 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까지 2004년 한 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요 부문 상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경북 봉화 출생인 김 감독은 중학교를 중퇴한 것이 학력의 전부이다. 해병대 제대 후 일자리를 찾아봐도 ‘초졸’인 그에게 눈길 한번 주는 곳은 없었다. 인격이나 능력으로 개인을 평가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골 깊은 분노는 그때 싹텄다. 서른 살 때 취미이던 그림 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났고 그곳에서도 정식 학교에 등록하지 않은 채 미술 공부를 한다. 당시의 미술 공부로 익힌 감각은 그의 영화에서 강렬한 미장센(화면 구성)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그가 영화계에 발을 들인 것은 94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화가와 사형수’가 대상을 수상하면서. 96년 주류 질서의 바깥으로 밀려난 밑바닥 삶을 다룬 ‘악어’로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98년 작 ‘파란 대문’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상반된 삶을 사는 창녀와 여대생이라는 두 주인공을 내세운 이 영화는 베를린, 모스크바, 카를로비, 바리 등 세계 20여 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유럽 영화인의 호평을 받았다.

김기덕의 영화에는 부랑자(‘악어’)나 살인자(‘섬’,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패륜적인 혼혈아(‘수취인불명’), 전쟁광 군인(‘해안선’), 포주(‘나쁜 남자’) 등 사회 밑바닥에 있는, 더구나 ‘밉살스러운’남자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해 흐르는 하류 인생의 이야기는 김 감독의 손이 아니고서는 영화로 만들어지기 힘들었던 것들이다. “이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과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제가 살아온 인생에 감사드립니다.” 수상 후 밝힌 김기덕 감독의 소감이다. 김기덕 영화를 세계 영화 한가운데 우뚝 서게 한 요인은 바로 그가 살아온 남다른 인생이었다.

정민승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4-09-15 16:58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