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반품, 좀 더 당당해지자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3일 서울의 한 반품 매장에 나가보았다. 최근 불황이 계속되면서 반품 및 전시 상품 등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소식에, 주부로서 현장 사정이 궁금할 수 밖에.

거기서 만난 고객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시중가보다 싸긴 정말 싸다”는 반응이었다. 이 매장의 관계자는 “인터넷 최저가와 공장 출고가를 기준으로 평균 40%의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세계 최저가의 상품도 많다”고 했다. 또 이곳을 찾는 고객 1인이 물건을 구입하는 금액을 일컫는 ‘객단가’는 일반 마트보다 2배 가량은 높은 수준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뭐니 뭐니 해도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라는 자랑처럼 들렸다.

하지만 물건을 구매해서 돌아가는 고객들의 발걸음엔 아쉬움도 묻어 났다. 서울 대치동에서 왔다는 한 중년 신사는 “운동할 때 입을 옷과 평상시 집에서 걸칠 옷들을 몇 벌 골랐는데 치수가 안 맞아서 그냥 내려놓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다양한 반품 상품이 부족하다는 얘기. “반품 제품의 특성상 한정된 수량과 물품이 공급되기 때문일 것”이라며 나름의 해석까지 곁들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각도에서 반품 물건이 부족한 이유를 들려 주었다. TV 홈쇼핑이나 대형 할인마트 등 반품 상품을 공급해줘야 할 업체들이 반품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는 설명. 이들 업체에 문의하면 “반품된 물건이 없다”는 황당한 답변이 나오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0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자 상거래 매출은 약 5조원, 이중 반품 비율은 약 15%. 시장 규모가 약 1조원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실제 업계에서 보는 반품 비율은 그보다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 않은 수준. 그렇다면 그 많은 반품 상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일부 관계자들에게서는 “자체 폐기 처분, 땡처리, 아니면 재포장해 신제품처럼 버젓이 유통시키기 때문”이라는 소리까지 들렸다. 소비자 혹은 이들에 물건을 공급하는 하청 업체들에게 반품 처리 비용을 전가하는 속셈이라는 것. 이들 홈쇼핑에 물건을 공급하는 일부 업체들의 상품만이 반품 시장으로 흘러 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반품이라는 반품 제품 임을 떳떳이 밝히고 적절한 가격으로 물건을 내놓을 수 있는 업체들의 의식 전환, 바로 그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알만큼 다 안다. 꼬리표를 떼고 제품의 성능과 가격 면에서 제품을 평가한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0-06 16:04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