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아부 그라이브 게이트


대선을 5일 앞둔 10월 28일(현지시간) 7개 여론 기관의 일일 평균 지지도를 집계하고 있는 ‘ 진짜 깨끗한 정치닷컴’에서 내놓은 지지도에는 부시 후보가 2.3% 앞섰다(부시 48.4%대 케리 46.1%). 워싱턴 포스트(WP)와 ABC TV 조사에서는 이날 49% 대 48%로 이틀 전 50%까지 올랐던 케리 지지도가 2%나 줄었다. 뉴욕 타임스(NYT) 선거인단 조사는 부시 227에 케리 225로, 아직 접전중인 표가 86표 남은 상태다.

지난 10월 17일자에 ‘ 존 케리를 대통령으로’라는 지지 사설을 썼던 NYT의 28일자 신문에는 이상한 사설이 실렸다. “ 아부 그라이브는 종결되지 않았다”가 그 제목이다. 이 사설은 이라크 내의 테러리스트, 옛 사담 후세인 지지자 등 소위 전범 및 포로 수용소인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미군들의 고문과 권력 남용에 대한 사건이 지난 5월 불거진 후 끝나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 이 문제는 부시와 케리 사이에서 전연 토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답이 필요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다음 주에 케리 상원 의원이 당선 된다면 이 문제를 다루기를 바란다. 만약 ‘ 미스터’ 부시가 이기게 되면 다시 의회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상ㆍ하원 내에서의 이 문제에 대한 조사 성격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 …(중략)… 내년에는 꼭 성과가 있기를 빈다”고 썼다.

이 사설이 나오기까지 NYT의 탐사 기자인 팀 골든(퓰리처상 2회 수상)의 칼럼 “테러 이후(9ㆍ11), 미군 군법이 다시 쓰여졌다”(10월 24일자), “미 군사법정 설치를 둘러싸고 행정 부처간에 분열이 있었다”(10월 25일)가 특집으로 게재었다.

팀 골든 기자는 요약했다. “ 부시 정부는 비밀리에 헌법을 어겨가며 ‘ 우주적인 법정’을 만들었다. 백악관은 이 일을 추진했고 아프카니스탄에서 잡힌, 별다른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수 백 명을 적법한 절차 없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했다. 파월 국무장관도 알지 못했고 의회에도 알리지 않았다.” “이런 수용소에 감금 당한 이들은 CIA에 의해 제네바 협정의 포로 대우에 관한 조약 적용의 대상에서도 제외된 채 수용되었다. 이는 이들은 제네바 협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말과도 다른 것이다.”

골든 기자는 “9ㆍ11테러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테러지만, 미국 대통령은 테러 분자들이 제네바 협정상의 포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없으며 그들의 소재를 비밀로 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NYT와 때를 맞춰 WP도 10월 24일자 전면사설로 ‘케리를 대통령으로’라는 지지 사설을 냈다. “부시는 국민에게 개인적으로 전달된 정보를 흘렸고,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에 관한 정보를 과장했다. … 제네바 협정을 무시하고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죄수들에게 고문을 허(許)했다. 미국의 위신과 세계에 대한 영향력은 수년간에 걸쳐 역사상 최하위의 수준이다”며 부시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를 뒷받침 하듯, WP의 군 관계 탐사 보도 기자인 다나 프라이스트는 24일자에 “ CIA가 제네바 협정을 어기고 이라크 포로 수용소에서 수용자 일부를 다른 곳으로 빼냈다”고 폭로했고 이어 WP는 10월 26일에 ‘CIA에서의 실종’이란 사설을 냈다. 이 사설은 요약했다. “ 백안관, 국방부, CIA는 비밀스럽고 특별한 방법으로 제네바 협정을 위반하면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의 포로들을 취급했다. 그리고 그들은 국제 적십자의 포로 처우에 대한 조사도 따돌렸다. 다른 나라 유명한 독재자들처럼 수용자들의 행방을 알 수 없게 했다. 심지어 군 내부에서조차도 아부 그라이브의 간수들이 수용자들에게 가한 고문을 비난하고 있다. 육군 규정은 제네바 협정을 어긴 실망스러운 행위라며.”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는 바그다드 시내에서 약 20Km 서쪽으로 떨어진 교외에 있다. 후세인이 정치 수용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이 교도소가 올해 70세가 되는 영원한 탐사 추적 기자 세이모어 허시에 의해 지난 4월과 5월에 그 실태가 폭로 되면서 이 곳은 닉슨의 몰락을 가져온 미국 정치 제 2의 ‘워터 게이트 호텔’이 될 것이 분명하다.

1969년 11월 프리랜서로 있으면서 베트남의 미라이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폭로, ‘ 탐사 기자 넘버 원’을 기록한 허시. 그는 지난 9월 단행본 ‘ 9ㆍ11에서 아부 그라이브까지 –지휘 체계”를 발표했다. NYT 베스트 셀러 17위. ‘아마존닷컴’에서는 196위다.

허시는 발가 벗겨진 채 서 있는 이라크 수용자, 그들을 희롱하는 미 여군, 세퍼드에게 위협 받는 이라크인들이 담긴 사진을 ‘아부 그라이브에서의 고문’이라는 특집기사로 4월 30일자 뉴요커지에 실었던 장본인이다.

그에 의하면 CBS, 인권 감시기구 등에서 먼저 사진을 입수했으나 보도하지 않자 용기를 냈다는 것이다. 그가 분노한 이유는 부시 – 체니 - 럼스펠드 - 바그다드 교도소 총책 – 간수 군인들에 이르기까지의 긴 ‘지휘 체계’ 속에서 어느 누구도 부도덕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쿠바, 이라크, 아프카니스탄에서 잡힌 포로들에 대한 잘못된 취급은 9ㆍ11 직후부터 지금까지다. 부시와 그를 둘러싼 네오콘들은 테러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는 목적으로 고문, 학대, 권력을 남용한 것을 알고 있었다. 9ㆍ11이 터지자 FBI나 CIA, 군정보 기관에서 테러분자 및 그 혐의자에 대한 조사나 수사는 초법적이었다. 그런 관행이 자라나 아부 그라이브 사고가 난 것이다.”“ 그래도 미국의 지휘 체계 속에서는 이런 가혹 행위에 대해 참회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대신해 나는 1969년 미라이 사건을 보도 후 이런 권력 남용에 관한 책을 썼다.”

3백 94쪽짜리 ‘ 지휘 체계’에는 페이지마다 적어도 2번 이상의 ‘ 익명’, ‘ 전직 관리’, ‘ 관계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독자들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 소식통’들의 말을 그가 조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미국 최고의 탐사보도 기자’라는 명성에 값한다.

어떻든 11월 대선은 부시의 재선이나 케리의 당선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당선이나 재선된 뒤의 미국 정국의 방향은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 없다. ‘아부 그라이브 게이트’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11-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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