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부시는 계속 右向 할까?


엉뚱한 예측일지 모른다. 재선된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부자(父子) 대통령으로, 재선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 ‘우향우’에서 중도로 좌향 할 것 같다.

그는 곤잘레스 라이스 차기 국무부 장관의 부장관으로 존 볼튼 군축 및 국제 안보 담당 차관을 승진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추정은 11월 20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온, 비공식적인지만 그 자리에서 본 청와대 고위 보좌관들의 느낌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은 가급적 자제되었으면 좋겠다(노 대통령) – “(북한을 향해) ‘라이어(liarㆍ거짓말쟁이)’ 같은 표현은 쓰지 않도록 해 보겠다”(부시 대통령) – “신뢰하는 사이에는 협상이 필요없다. 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북한과는 협상해야 한다”(노 대통령) – “정말 맞는 얘기다. 북핵으로부터 가장 위협을 느끼는 당사자는 한국이다. 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부시 대통령)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대화 도중에 노 대통령의 손을 여러 번 잡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깨트리려는지,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 사이에 무르익은 대화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변지 ‘위클리 스탠더드’지(11월 29일자)는 ‘전제 정권을 해체시켜라’는 칼럼을 실었다. 1999년 네오콘의 싱크 탱크로서 미국 기업의 연구소 초빙 교수로 재직중인 자로, ‘북한의 종말’을 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의 칼럼이었다.

“4년 동안 집권하면서 부시 정부는 평양에 대해 적절한 전략 없이 ‘악의 축’으로 적대해 왔다. … 그건 ‘깜짝쇼’였고, ‘반동적’ 반응만 얻었다. ‘어쩡쩡한 공격’이었고 ‘집단 싸움으로 병신되는’ 형국이었다.

에버 스타트는 대선 직선 파월 국무장관의 중국ㆍ한국ㆍ일본 방문은 성과가 없었다며 ‘6자 회담 틀에서 대화는 있었지만, 북한은 핵폭탄을 만들었다. 대화는 실패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무부의 개편을 시사했다. 특히 ‘6자 회담의 한 축인 한국에 대해 그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대선 당선을 뉴 레프트(신좌파)의 학자들, 운동가들에게 친북, 반미주의가 안보에 개입하는 기회를 주었다고 요약했다.

그는 이런 뉴레프트(?) 그룹이 일부 언론에서 ‘탈레반’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노 대통령이나 국방 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한 무력ㆍ경제적 압력은 제거되어야 하고, 북한은 주적이 아니라며 한ㆍ미 정상 회담 직전에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 내렸다. “한국은 지금 ‘달아나는 동맹(runaway ally)’이며 대학원 과정의 평화학 도서 목록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그들의 안보를 보장하라고 한다. … 한국 정부내 유화파를 포용할 것이 아니라 그들(탈레반, 뉴레프트)의 머리 위를 넘어 한국 국민과 직접 대화하면서 궁극적으로 동맹을 회복해 줄 수 있는 한국내 정치 집단을 건설, 양성해야 한다.” 그는 북한 정권의 교체, 그 후 한국에 들어설 정권의 방향까지 제시한 셈이다.

누가 에버스타트가 이런 주장을 펴게 했을까. 그 혐의는 엉뚱하지만, 존 볼튼 차관에 돌아간다.

2003년 8월말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6자 회담을 위한 고위 실무 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볼튼 차관은 엉뚱한 발언을 해 댔다. “북한은 ‘악몽에 사로 잡힌’ 험악한 지도자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

이를 이상이 여긴 뉴욕타임스 기자는 볼튼에게 물었다. “도대체 부시의 대북한 정책은 무엇인가.” 볼튼은 그의 집무실 서가에서 한 책을 꺼내 책상에 던지면 말했다. “이 책이 우리의 대북 정책이다.”

그 책은 에버스타트가 쓴 ‘북한의 종말’이었다. 볼튼은 에버스타트가 이 책을 냈을 99년 당시 미국 기업연구소의 부소장이었다. 그는 올해 56세로 예일대 법대 출신 법학박사 변호사. 반공이라면 전제, 독제도 좋다며 상원 외교위를 지배한 제시 헤름스 의원의 보좌관. 젊었을 때는 보수주의자 골드 워터 공화당 대통령 선거 운동원이기도 했다.

그 때는 부시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을 ‘피라미’(난장이), ‘거짓말쟁이’, ‘핵은 만들면서 인민을 굶기는 자’, ‘구역질 나게 하는 자’로 표현했다. 그러나 재선된 부시는 노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런 비속한 언어는 쓰지 않겠다고 했다.

더욱 “신뢰할 수 없기에 협상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부시 대통령. 그는 11월 2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있었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평화포럼에서 나온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斂?석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발언을 들었을까. 그가 최근에 쓴 책을 읽었을까.

커밍스 교수는 ‘한국 전쟁의 기원’, ‘한국 현대사’등의 저자로, 냉전의 수정주의 학파에 속하는 시카고대 교수다. 그는 “미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향후 4년간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고 이날 말했다. 미국의 대 북한정책이 바뀌길 그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냉전 기간, 냉전 이후 이라크 침공, 대선 직전까지의 세계를 한국을 중심으로 관찰한 그는 부시에게 충고하고 있다. “역사의 교훈을 기억 못하는 사람은 그 잘못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정책을 다시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오콘의 일방주의적 사고는 냉전 50년 동안 미국의 외교 정책의 한 면이었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미국 대통령은 우에서 좌로 방향을 튼 중도주의자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2004년 6월에 나온, ‘악의 축 만들기’ 중 커밍스는 북한에 대해 썼다. 논문제목은 ‘역사로부터 이별.’) 부시 대통령은 꼭 이 책을 읽어 보고, 네오콘과 이별하기를 바란다.

입력시간 : 2004-12-01 16:4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