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무대 노크하는 테크노 골리앗

[피플] 최홍만, 팀 해체로 K-1 진출 의사
격투기 무대 노크하는 테크노 골리앗

“스포츠맨으로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무림지존에 오르고 싶었다.”

씨름판의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4)이 세계 무림지존 제패에 나선다. 12월 6일 해체된 팀(LG투자증권 황소씨름단)에서 나와, 세기의 엔터테인먼트라고 불리는 이종 격투기(K-1)로 마음을 돌렸다. 주먹과 발을 모두 사용하는 K-1대회는 세계 28개국 10억 명이 시청하는 격투 대회.

12월 10일, 그는 K-1무대 데뷔와 관련 “K-1무대에 오르기로 했다”면서 “ 주최측과 계약금, 파이트머니 등에 대해서는 이미 협상한 상태이고, 본계약을 위해 일본으로 11일 출국한다”고 밝혔다. 계약이 성사되면, 최홍만은 내년 3월 19일 서울에서 예정된 아시아 지역 예선에 출전할 전망이다.

데뷔전의 상대로는 일본의 아케보노(35)가 점쳐지고 있다. 스모 선수 챔피언 출신의 아케보노는 203㎝의 키에 230㎏g의 거구로 일본인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지만, K-1무대서는 KO패를 당하는 등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선수. 한편 최홍만은 몸무게(160㎏)는 덜 나가지만, 키는 218㎝로 우위에 있다. 특히 씨름 선수 출신답게 순발력, 민첩성, 중심 잡기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중평이다.

그의 자평.“아케보노의 경기를 많이 봤는데 내가 휠씬 빠르고 기술 습득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나는 중학교 2학년까지 수련한 태권도 실력이 공인 2단일 정도로, 격투기에는 자신 있다”며 자신만만. 2003년 데뷔한 이래 천하장사 및 백두장사 1회,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합한 설날 장사 1회를 차지하는 등 명실상부한 국내 씨름계의 기둥인 그의 입에서 당연히 나올 법한 말이다.

그렇다면 2004년 6월, ‘K-1 그랑프리 인 서울’의 출전 권유를 받을 때만 해도 씨름을 계속하겠다던 그가 돌연 전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체된 LG씨름단의 앞날이 불투명하고 관중들의 호응이 없다”는 것.

그가 주목 받는 것은 보다 넓고 치열한 세계로 도전하는 자세 때문만이 아니다. 팀의 존망을 코앞에 두게 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긴 했지만, 그의 팬이 건재한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씨름단의 안타까운 해체, 한창 꽃필 나이에 씨름판을 등지게 만든 싸늘한 관중석, 점점 일상에서 멀어져 가는 민속 씨름의 복잡한 속내가 그를 통해 불거져 나왔다는 정황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가 두 ‘골리앗’의 대결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정민승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4-12-17 11:35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